"불확실성 매우 높은 만큼, 정교한 정책대응 필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빠른 금리인상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고물가 상황이 고착됨으로써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더 큰 손실이 초래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은행은 지난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외환 부문의 리스크도 증대됨에 따라 기준금리를 전례없이 빠르게 인상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0.50%→3.50%)했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을 억제하고 고물가 고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긴축적인 수준까지 인상했다. 지난해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빠른 금리인상으로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중국 리오프닝,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향후 물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둔화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미 연준 등 주요국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도 최종금리 수준과 지속기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중국경제 및 글로벌 IT경기의 회복 정도, 국내 부동산시장 위축 등은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전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해 향후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해선 이틀 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예정돼 있어 오늘 이 자리에서 자세히 말하긴 어렵다"며 "예기치 않은 금융·외환 시장 불안이 재발할 경우 정부와 감독당국과의 긴밀한 정책공조 하에 적기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 3.50% 수준인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경기 부양 등을 고려해 한은이 '숨 고르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 빚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기·가스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서민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나가되 이제 서서히 경기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으로 점점 가게 된다"며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 쪽으로 턴(turn·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 역시 시장에선 주목하고 있다.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걸리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의에서 3명은 최종금리 수준을 연 3.5%로, 나머지 3명은 연 3.75%까지 열어두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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