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연달아 쏘면서 무력도발을 한 것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됐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빈손’으로 끝났다. 지난 2017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자동 논의하기로 결정된 ‘트리거 조항’도 무시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소집된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을 내세우며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에 제동을 걸었다. 다이빙 유엔 주재 중국 부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올 초부터 북한을 겨냥한 연합 군사활동을 확대해왔다”고 했고,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부대사도 “북한이 한미훈련에 미사일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보리에서 중국·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추가 대북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해온 것은 지난해 5월부터로 당시 안보리에 상정된 북한의 ICBM을 비롯한 3발의 탄도미사일은 그해 5월 25일 한일 양국의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귀국길에 시험발사됐다.
지난 2006~2017년 중국과 러시아도 10차례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해왔다. 특히 중국·러시아는 마지막으로 채택된 2397호 결의에 담긴 북한의 ICBM 도발 시 자동으로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것에도 찬성했다. 그런데도 최근 추가 대북제재 논의 때마다 중국·러시아가 반대하는 것은 현 국제정세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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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2023.2.9./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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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전략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소위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졌고, 북한은 이를 호기로 삼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나선 것이다. 2019년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정세를 관망하던 북한은 지난해 ‘핵무력정책 법령’ 공포에 이어 30여차례 70여발에 달하는 역대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빈번해지고 핵·미사일 고도화를 확인하면서도 이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연속 불발되자 한미도 한미군사훈련 강화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국방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전반기 연합연습을 연속 11일동안 시행하고, 야외기동훈련의 규모 및 범위를 확대하는 등 한미연합 연습 및 훈련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의 도발마다 미국의 전략자산 출격이 잦아졌다. 북한이 지난 18일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쏘면서 49일만에 무력도발을 재개하자 한미는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와 F-16, 한국 공군의 F-35A와 F-15K 등 10대의 전투기를 띄워 한미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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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한국 공군 F-35A 전투기, 미 공군 F-16 전투기가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2023.2.19./사진=합동참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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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은 19일부터 연이틀 김여정 담화를 내면서 고강도 도발을 예고했고, 20일 남한의 비행장을 겨냥해 SRBM을 쏴 맞대응했다. 한미는 22일 일본과 함께 동해의 공해상에 3국의 이지스구축함을 동원해 해상 미사일방어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확장억제수단(핵우산)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한다.
이때 우리 대표단은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미국의 핵잠수함 기지를 처음으로 방문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미 장병들은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다국적 연합훈련 ‘코브라골드’ 훈련에도 참가한다.
3월 중순에는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을 포함한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돼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번에 연합 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사단급 쌍룡 연합상륙훈련 등 과거 ‘독수리 훈련’(Foal Eagle) 수준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문재인정부 때 중단됐던 독수리연습이 사실상 5년만에 부활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해부터 보여준 한미훈련 기간 중 동시 맞대응 도발이 예상되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위기는 급상승할 우려가 커졌다. 북한은 한미훈련 중 관망하다가 훈련이 끝나면 대응훈련을 해왔으나 최근 들어 한미훈련 기간 중에 과감하게 맞대응해왔다. 이번에 김여정도 담화에서 “적의 행동을 사사건건 주시하고,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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