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이자부담 눈덩이…신용평가 동결, 저리보증대출 확대 요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에 따른 이자장사 확대를 경고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가운데,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가 은행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고금리 시기, 당국의 이자보상배율 규제 등 은행 자본 건전성 규제가 취약차주의 대출 기회를 박탈하게 만들고, 대출금리를 높게 산정하도록 만든다는 역설이다. 

금융감독원은 23일 하나은행 본점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표, 금융 및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최근 고금리로 인한 금융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은행의 상생 노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 금융감독원은 23일 하나은행 본점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사진=류준현 기자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하면서도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부정적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경쟁제한 등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은행들이 이러한 과점적 구도에 안주하는 등 손쉬운 이자이익에 집중해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모습과 그 이익을 과도한 성과급 등으로 분배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실망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취약차주 부담완화 등 상생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위한 자발적 노력 부족을 또다시 비판했다. 이 원장은 "작년 하반기 은행의 이자수익 규모나 증가추세를 보면 명백하게 지표상 은행들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확실히 늘었고 전년 대비 많으면 수천억 수조원에 달한다"며 "은행들도 애를 쓰는 건 맞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증가한 수천억 수조 단위의 이자수익의 채 5% 10%도 소비자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는 셈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은행이 나누는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건지 제도적 문제인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수천억, 수조원에 달하는 추가로 발생하는 이익에서 몇 백억, 몇 십억 수준의 수수료 감면 만이 지속된다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을 제도개혁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고통분담을 하지 않는다면 (올해가) 어려운 한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소상공인·개인차주 대표들도 일제히 고금리로 촉발된 대출금리 급등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요청했다. 

소상공인 대표로 참석한 A씨는 "소상공인들은 중소기업 이자율보다 1~2% 더 높다. 1금융권이 안 되어서 2금융권을 손 대는 사람들이 많다"며 "은행이 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적 책임은 분명 있다고 본다. 상품개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차주 대표로 참석한 B씨도 "신용도에 따라 은행이 너무 문턱이 높기에 이용하는데 불편하다"며 "전반적인 코로나 여파나 경기가 어려울때 기존 신용등급으로 유예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서민 등 취약차주들이 은행권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요구다. 

한편으로 은행권의 '고리대출'을 단순 수익을 좇는 것 때문이 아닌 당국의 '자본 건전성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이자장사의 근본적 해결책을 은행권 압박을 통한 이자감면보다 당국의 감독규정 유연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중소기업 대표로 참석한 C씨는 "기준금리 상승폭보다 대출금리 상승이 높다는 데 이해할 수 없는 불만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경기가 침체되고, 기업 채산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부실을 우려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 줄이기 위해 여신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은행이) 상생 의지가 없고 폭리를 취해 자기 혼자 (이익을) 취한다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은행 경영자의 의지나 욕심 때문이 아니라 건전성 규제라는 툴 안에서 은행의 내부시스템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당국이 이자보상배율 이내로 (규제를) 적용하면 (중소기업의) 70~80% 대출 중단될 것"이라며 "이런 것을 금융당국 차원에서 완화해줘야 한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리를 인하해주겠다 이런게 아니라 신용등급 평가를 일시적으로 동결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서 허용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의 구두발언을 통한 은행들의 금리인하가 일시적 조치에 불과한 만큼,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고 신용평가를 직전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유예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중소기업들이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는데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이 외에도 국책금융기관인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신용보증기관을 활용해 저리보증대출지원을 강화하고, 민간 은행권이 산업은행처럼 기업대출 금리인상을 제한(연 3.5%에서 3.6%로 변경)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은행권을 대표한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하나은행이 주력하고 있는 '중소기업 상생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를 고려해 추후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나은행은 이날 새희망홀씨대출 금리인하, 주담대 프리워크아웃 등 취약차주 상생금융 등을 발표하면서, 사회공헌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공헌으로는 △청년 디지털 인재 양성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지원 △어린이집 건립 등 사회통합 및 금융교육 등이다.

이 행장은 "'은행 문턱이 높다'는 것은 죄송한 말씀이다. 은행 생활 오래하면서 들어왔던 말인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 여신부서와 적극 상의·검토해서 좋은 방향을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새희망홀씨 등 서민정책금융도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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