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뱅 설립 6년 흘렀지만 경쟁 부족…전문화 은행 설립론 부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과점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복안으로 제기되는 '은행 추가 설립'에 대해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단순 은행 갯수의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문제라기 보다 업계의 경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과점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용했지만, 아직 뚜렷한 경쟁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은행 추가 설립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실정에 맞는 전문화 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3일 은행권의 과점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복안으로 제기되는 '은행 추가 설립'에 대해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는 뜻을 내비쳤다./사진=각사 제공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24일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또 다시 은행권의 이자수익에 문제를 제기하며, 과점체계를 개혁하기 위한 행보를 시사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부정적 여론은 대형 은행 중심의 과점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경쟁제한 등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은행들이 이러한 과점적 구도에 안주하는 등 손쉬운 이자이익에 집중해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모습과 그 이익을 과도한 성과급 등으로 분배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실망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본적으로 '(은행) 갯수가 몇 개면 경쟁적이고, 몇 개면 경쟁적이지 않다'는 식의 접근은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좀 더 환경을 경쟁적으로 만들 개선할 부분이 최소 몇 가지는 보이기에 그 부분을 챙겨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보는 단계이기에 각 어떤 한두 개의 특성화 소규모 은행보다 실정에 맞는 전문화 은행을 도입하는 방안도 (간담회에서) 제언해줬다"며 "(태스크포스·TF는) 인터넷은행들이 너무 빅테크 고유의 방식에 종속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는 점들에 대한 개선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가졌다. TF는 시중은행의 과점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추가 인터넷은행 설립 및 영국식 챌린저 뱅크 및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선스) 도입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몰 라이선스는 소규모의 특화된 금융사 설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금융업의 인허가 단위를 쪼개고 진입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지칭한다. 핀테크 기업이 예금·대출 등의 은행 고유 업무를 허용하는 것이 아닌, 송금 등 필요한 업무에 국한해 인허가를 내어주는 것이다. 

챌린저 뱅크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은행으로, 기존 인터넷은행과 비슷한 형태다. 다만 환전이나 중소기업 대출 등 특정 서비스에 특화한다. 영국 금융당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실은행 인수합병(M&A)으로 6개 주요 금융그룹 과점 체제가 굳혀지자, 리테일(소매)금융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인가했다.

지난 24일 간담회에 참석했던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도 특화은행 설립에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이 실장은 "서울시에서 검토하는 디지털 기반의 그라민은행, 중소·혁신·벤처기업에 특화된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 고령층의 자산관리서비스에 특화된 일본의 신탁전문은행, 유럽의 디지털 기반의 외국환 전문은행, 무형자산 기반 IP금융 특화은행 등 다양한 특화은행 모델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로 전업주의에서 겸업주의로 가는 큰 흐름을 거스를 수가 없다면 증권업, 보험업 등 이종업권에게도 스몰 라이선스 또는 특화 은행업을 허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 추가 은행 설립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경쟁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추가 은행 설립이 과점체계를 뒤흔들만한 위력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범 6년차를 맞이한 인터넷은행 업계 1위 카카오뱅크도 이제서야 시장에 제대로 정착했고,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며 "현 정부 임기 내에 충분한 자본건전성을 갖추고 5대 금융지주에 상응할 만한 금융사를 신설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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