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은행 돈 잔치’ 발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사들의 업무영역을 재정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사들의 ‘법인지급 결제’를 허용해줄 경우 증권업계의 숙원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은행과의 경쟁구도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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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의 ‘은행 돈 잔치’ 발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사들의 업무영역을 재정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김상문 기자 |
24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 ‘법인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은 지난 23일 서울경제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면서 ‘돈 잔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직후라 그 맥락에 업계 시선이 집중된다.
윤 대통령이 선봉에 선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도 작심한 듯 예리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최근 "(은행) 고객은 분명히 어려워졌는데 고객에 돈을 빌려준 은행은 돈을 벌었지만 어떠한 혁신적인 노력을 했고 서비스를 했느냐에 대한 마땅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모든 주요 선진국들이 과도한 금리인상기에 국민들과 금융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지시한 부분도 그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에 대한 법인지급 결제 허용안에는 여러 의미가 실린다. 현재로서는 금융당국이 자산관리계좌(CMA) 등 개인투자자들에게만 증권사 계좌를 통한 송금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증권사가 법인지급 결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면 기업들은 은행을 경유하지 않고서도 제품판매 대금 지급과 협력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증권사 계좌로 처리할 수 있다. 증권사 계좌가 월급통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로선 고객과의 접점도 늘릴 수 있다. 법인지급 결제가 증권사들의 숙원과제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행들로선 당국에 의해 핀치에 몰린 그림이 만들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돈 잔치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이 은행업권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키는 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증권사들의 법인지급 결제는 지금까지 은행들이 강력하게 반발해온 사안이었지만 현재 상태로는 과거처럼 반대를 하기도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법인지급 결제를 허용해주는 한편 은행권에는 ‘투자일임업 진출’을 허용해주는 방안이 업계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증권사들엔 은행의 영역을, 은행에는 증권·보험·운용·자문사에만 허용된 영역을 열어주는 형식으로 당국이 ‘업무영역 재정리’에 나서는 청사진이다.
아직까지는 회의에서 어젠다의 하나로 거론된 수준이지만 은행업계‧금투업계의 관심도는 상당히 높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 등 민감한 사안이 엮여있는 문제라 처리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여러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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