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기술 제한을 두겠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사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로 급한 불은 껐지만, 거듭되는 규제로 또 한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대기로에 선 모습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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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한국 기업에 적용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상한을 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적층’ 기술에 제한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이 해당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실제로 에스테베스 차관은 “만약 기업들이 어떤 ‘단’의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중국이 어떻게 하냐에 달려있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이 우리를 위협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우리 동맹의 기업들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면서 “이와 관련해 (한국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상무부는 작년 10월 7일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 하게 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는 1년 동안 장비 수입을 포괄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유예 기간이 끝난 뒤가 중요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예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젠가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다만 미국과 중국 모두 양사에게는 중요한 시장이어서 선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두 회사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를 연장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규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해야 되는 것이어서 양사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사는 미중 갈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도 피하면서도 양국 사이에서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결국 경제적인 것을 넘어 외교적 문제여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가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게 외교로 풀어야 할 과제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 편에 서는 것이 한국 경제에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인 ‘칩(Chip)4’ 동맹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최근 반도체장비 교역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해 칩4 동맹에 참여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이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주춤하게 되면서 우리 기업에 일종의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은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며 “중국과 가까이 지내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걸 배경으로 깔고 가면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간단하다. 새로운 한미동맹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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