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지난 하반기에 이어 여전히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재고 규모까지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암울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 원 대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1조1000억 원으로 내다봤고, 하이투자증권은 1조8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70% 가량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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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지난 하반기에 이어 여전히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재고 규모까지 커지고 있어 당분간은 암울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사진=미디어펜 |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출하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출하량이 줄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6200만 대로 예상되는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부문,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는 가전 부문은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적자(1조7000억 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의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하량 감소로 재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5조6647억 원으로 2021년 8조9500억 원 보다 75% 가량 늘었다. 여기에다 올해 1분기 재고자산도 늘어 재고평가손실액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공시한 연결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이 52조1878억 원으로 2021년 말 기준 41조3844억 원보다 20.7%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양사의 감산 가능성이 나오기도 한다.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되고 있는 만큼, 감산을 통해 공급량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을 단기 차입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를 축소하지 않고 계획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앞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이어지고 있어 회사 실적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미래를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대규모 감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엄청난 감산은 힘들다”며 “공급이 너무 초과할 때는 속도를 낮추는 차원이지만 실제로 너무 감산하는 것도 경쟁력 차원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둔화 기조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공급 조절을 진행하면서 재고 소진이 상반기 중에 마무리 되고 상반기 이후부터 수요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분기부터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반도체 주가의 6개월 선행성을 고려하면 상반기에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 위험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송명섭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내년에 수요 회복 등으로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반도체 업황이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내년 2∼3분기에 고점 배수까지 오르고 주당 가치의 상승도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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