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모두 상승 시차 두고 여신 건전성에도 영향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상반기 경기가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은행권 부실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 신한 제외)의 지난달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달 0.04%와 견주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새로운 부실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누증된 데다, 경기마저 식으면서 은행권 연체율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사진=각사 제공


이들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4%를 시작으로, 3월과 6월에도 0.04%에 그치며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9월 0.05%를 기점으로 12월에는 0.07%로 급등했고, 올해 1월에는 0.09%까지 치솟았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연체율은 가계와 기업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과 3월, 6월에는 각각 0.04% 수준이었는데, 9월 0.05%에 이어 12월과 올해 1월에는 0.07%까지 치솟았다. 

기업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5%에서 3월 한때 0.03%로 낮아졌다. 하지만 6월 0.04%, 9월 0.06%, 12월 0.08% 등을 잇따라 기록했고, 지난달엔은 0.10%까지 치솟았다. 가계·기업 모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최근 연체율 급등을 두고 잇단 기준금리 상승의 여파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뒤이어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약 1년 5개월 사이 모두 열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0.50%였던 기준금리는 3.50%로 3.00%포인트(p) 폭등했다. 

이에 예금은행 대기업대출(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과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해 1월 연 3.03%와 연 3.52%에 불과했지만 12월 연 5.32%와 연 5.76%로, 각각 2.29%p 2.24%p 상승했다. 가계대출 중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연 3.85%와 연 5.28%에서 연 4.64%와 연 7.97%로 0.79%포인트와 2.69%포인트 올랐다.

우리나라 외에도 주요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연체율 상승 배경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가계 및 소호 여신을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늘어난 까닭이다. 

한은은 지난 23일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하며,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경고하고 나섰다. 아울러 지난해 4분기 물가 영향을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가계 소득이 줄면서 한계에 직면한 가계나 개인사업자부터 대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오르기 시작한 은행권 연체율은 여신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평균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해 9월 0.21%에서 12월 0.22%, 올해 1월 0.24%로 상승세를 보였다. NPL비율은 은행 총여신 중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이미 은행이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부터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개 은행에 대한 결산 현장심사에 돌입했다. 결산검사는 매년 초 주요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들여다보는 정기 검사로,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과 대출채권의 자산 건전성 분류 적절성 등을 점검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결산 검사 등을 통해 대손충당금, 자본 여력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토록 유도해 향후 위기 상황에서도 본연의 자금공급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손실흡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은행들에게 충당금 추가 적립을 유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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