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사이비 언론 자정 노력…'정상의 비정상' 시선부터 고쳐야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한국 언론의 문제는 이미 많은 한국인들이 인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주 본질적인 병폐 중 하나로 ‘언론’을 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클릭 수 위주로 돌아가는 삭막한 풍토는 모든 언론사들을 ‘숫자의 논리’라는 단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다. 도저히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폭주 기관차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엔 좌도 우도 없다. 올바른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풍토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관건은 ‘누가 더 빨리 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느냐’다. 자신의 기사로 세상이 좀 더 좋은 곳, 살아갈 만한 곳으로 변한다는 식의 낭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포털에 올라온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바로 한국 언론사들의 사시(社是)요 알파이자 오메가다.

   
▲ 지난 5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에서 임선영 다음카카오 이사(왼쪽)와 유봉석 네이버 이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언론계 중심으로 구성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매체의 자격을 평가하면 양사가 이를 바탕으로 뉴스 제휴를 맺거나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발표된 네이버와 다음의 ‘공개형 뉴스평가위원회’ 제안은 바로 이런 고민 속에서 도출된 결론의 하나다. 각종 언론사의 포털 입점과 퇴출을 언론계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나온 구상이다.

실시간 인기검색어가 존재하는 한 한국 언론의 풍토는 앞으로도 이렇게 굴러갈 수밖에 없다. 실시간 검색어 그 자체를 없앨 수 없다면 언론사들의 무리수도 볼 일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힘들다.

그렇다면 언론사들의 ‘수질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업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의 고민이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라는 구상으로 형상화된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사안이다. 포털에 뉴스를 송고하는 언론사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언론계 스스로에게 맡겨 수준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원회의 활동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마찰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뉴스평가위원회의 구상이 어떤 이들에게는 ‘정부의 음모’로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자율규제를 빌미로 정부가 언론사들을 '줄 세우기'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이들이 11일 '박근혜 정권, 사이비 언론 핑계로 포털장악에 나서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이 왜 포털의 뉴스서비스 정책에 개입했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한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다.

현재의 언론 풍토에 대한 이들의 경각심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심지어 이들은 "누군가 외부에서 그림을 그려 제안한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청와대를 가리켰다. 민병호 비서관이 네이버와 다음에 압력을 가해 ‘결코 자율이 아닌’ 위원회를 만들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0일자 동아일보 칼럼을 근거로 들었다. 민병호 뉴미디어비서관이 외부 강연 등에서 “인터넷 매체 문제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정리해 놓고 청와대를 나오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연대의 프레임은 진영논리적 발상의 전형이다. ‘언제나 정부에 반대한다’는 무조건의 결론을 정해두고 각종 의혹과 비판을 짜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언론이 만천하에 노정한 그 수많은 문제점들이 정녕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민 비서관에게 주어진 임무는 인터넷 여론 장악”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상당부분 ‘지금은 우리가 여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식의 기득권적 사고방식의 반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이들에게 묻고 싶다. 정녕 지금의 언론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몇몇 정부 인사들의 과거발언을 부각시키며 ‘흔들기’를 시도하는 것도 매우 치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당파성에 휩쓸려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해도 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자신들이 틈만 나면 그렇게 비난하는 ‘조중동’의 칼럼을 근거로 들며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위원회의 활동을 비난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어디까지 들어주어야 할까. 어쩌면 이들의 행동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뉴스평가위원회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