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지적 거인' 복거일 선생의 지식 탐구에는 끝이 없다. 소설과 시, 수필 등의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면서도 칼럼과 강연 등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방대한 지적 여정은 문학과 역사를 뛰어넘는다. 우주와 행성탐구 등 과학탐구 분야에서도 당대 최고의 고수다. 복거일 선생은 이 시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창달하고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장경제 학파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고 있다.
암 투병 중에도 중단되지 않는 그의 창작과 세상사에 대한 관심은 지금 '세계사 인물기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펜은 자유경제원에서 연재 중인 복거일 선생의 <세계사 인물기행>을 소개한다. 독자들은 복거일 선생의 정신적 세계를 마음껏 유영하면서 지적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이 연재는 자유경제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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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거일 소설가 |
개혁이란 말이 세상을 뒤덮은 지도 꽤 오래됐지만, 공공 부문의 개혁은 아주 느리게 나아가고 있다. 중앙 정부의 개혁은 별 다른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그럭저럭 끝나가고 있다. 지방 자치 단체들의 개편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영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종업원들의 거센 반발로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사정은 정부가 민간 부문의 구조조정을 마구 밀어부친 것과 대조적이다.
공공 부문의 개혁은 그만큼 힘들다. 그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나라들은 드물고, 모든 나라들에서 정부의 몸집과 권한은 꾸준히 늘어 났다. 그런 사정의 근본적 원인은 공공 부문의 개혁을 추진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공공 부문의 개혁으로 혜택을 입을 사람들은 일반 시민들이지만 그들은 개혁을 직접 추진할 수 없고, 개혁 조치를 실제로 수행할 사람들은 관리들을 비롯한 공공 부문 종사자들인데 그들은 바로 그런 개혁으로 손해를 볼 사람들이다.
자연히, 공공 부문의 개혁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회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정부의 몸집과 권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저런 까닭들로 사회에서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몫은 꾸준히 늘어난다. 그 모습을 간결하게 그린 것이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다. 1955년 11월 19일 영국의 시사 주간지『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 '파킨슨의 법칙'이란 제목을 단 글이 나왔다.
"일은 그것의 완결에 쓸 수 있는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시간에 여유가 있는 나이 든 부인은 [영국 남해안의 휴양 도시] 보그너 리지스에 있는 질녀에게 엽서를 써서 부치는 데 온종일 쓸 수 있다. 엽서를 찾는 데 한 시간이 들어가고, 안경을 찾는 데 또 한 시간이 들어가고, 안경을 찾는 데 또 한 시간이 들어가고 주소를 찾는데 반시간이 걸리고...”
개인들의 이런 습성을 조직과 연관시키기 위해서, 파킨슨은 두 개의 공리들을 내세웠다. 하나는 “관리는 경쟁자들이 아니라 부하들을 늘리기를 바란다.”고, 다른 하나는 “관리들은 서로에게 일거리들을 만들어준다.”이다. 그래서 모든 조직들은 점점 커지는 경향을 지닌다.
자신들의 주장을 떠받치는 증거로 파킨슨은 영국 해군의 경험을 들었다. 1914년과 1928년 사이에 영국 해군이 지난 배들의 수는 76.74%나 줄었지만, 해군 조선소들의 인원은 40.28% 늘어났고 해군 본부의 장교들은 78.45%나 늘어났다. 사람들은 처음엔 파킨슨이 '이코노미스트’가 지어낸 이름인 줄로 알았다.
그는 실은 말라야 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온 이름은 C. 노스코트 파킨스(C. Northcote Parkinson)이었다. 그의 책은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는 많은 강연에 초청을 받았다. 그래서 이름 없는 교수였던 그는 몇 해안에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사가 됐다. 어쨌든 “일은 그것의 완결에 쓸 수 있는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Work expands so as to fill the time available for its completion)고 간결하게 요약된 '파킨슨 법칙’은, 수학 공식의 모습을 하지 않은, 아주 허술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생리를 옳게 설명했음이 거듭 증명됐다.
1992년 8월 8일자 『이코노미스트』는 '파킨슨의 법칙, 속편’에서 그 점을 강조했다. 거기서 나온 증거들은 다음과 같다: 1992년 미국에선 역사상 처음으로 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1980년에서 1991년 사이에 미군 병력은 3.5% 줄었지만, 장교들의 수는 7% 늘어났다.
1965년에서 1985년 사이에 미국에서 학생들의 수는 8% 줄었지만,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학교 행정요원들은 102%나 늘어났다. 이것은 물론 미국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농촌 지역의 인구는 줄어드는데 군청의 관리들은 꾸준히 늘어나는 따위 '파킨슨의 법칙’을 떠받치는 증거들은 많다. 기술의 발전이 그런 경향을 억제하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 얘기한 1992년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는 컴퓨터나 팩스의 보급과 같은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결코 '파킨슨 법칙’을 약화시키지 않으리라고 단언했다. “자료들은 쓸 수 있는 하드 디스크를 채우도록 늘어나고(Data expands of fill the hard disk available)" 관리들은 쓸 수 있는 자료들을 처리하기 위해 늘어나므로, 기술은 관료적 팽창의 후원자지 적이라는 얘기다.
파킨슨은 그 뒤로도 비슷한 관찰들을 법칙의 형태로 내놓았다. 그것들은 가운데 그럴듯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소비는 소득에 맞춰 늘어난다.(Expenditure rises to meet income)"
"지연은 가장 치명적 형태의 거부다(Delay is the deadliest form of denial)"
"인쇄 된 말은 그것을 위해 쓸 수 있는 지면을 채우도록 늘어난다.(The printed word expands to fill the space available for it.)"
'파킨슨의 법칙'은 사람들에게 조직들이, 그것들이 기업들이든 정부 부처들이든, 끊임없이 비대해지는 속성을 지녔음을 일깨워준다. 공공부문의 개혁을 시도하는 우리에게 그것은 특히 중요한 전언을 지녔다. /복거일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