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권고하기로"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굿바이, 고리 원전 1호기"

한국 경제와 함께했던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결국 한국경제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뒤안 길로 사라진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에너지위원회’ 회의에서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위원회는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오는 18일까지 이사회를 열어 고리 1호기의 수명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 한국경제와 함께했던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SBS뉴스 방송화면 캡쳐

한수원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최종 결정하면 2018년 7월까지 해체 계획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어 2022년 6월 원안위로부터 해체 계획서를 승인받으면 본격적 해체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산업부는 고리 원전 1호기 폐쇄에 최소 1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경제 견인차…국내 원전 누적발전 3조kWh 달성

고리 원전 1호기는 우리나라 산업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고리 원전 1호기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1969년 건설 협상 당시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의 약 31%를 차지하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1560억원(1971년 착공 당시)의 사업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로 경부고속도로 공사비 429억원보다 3배 이상 높다.

고리 1호기는 1979년 2차 오일쇼크 극복에 앞장서며 1970년대 '한강의 기적'과 에너지 자립에 크게 기여했다.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 운전시 설비용량은 58만7000kW로, 당시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 659만kW의 약 9%를 차지했다.

당시 고리 원전 1호기 발전 단가는 9.21원/kWh로 화력 발전단가 16.0원/kWh에 비해 42%나 저렴해 연간 약 21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득을 가져왔다.

고리 원전 1호기는 국내 원전 누적발전 3조kWh 달성(지난 4월)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국가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고리 원전 1호기는 2004년 7월 1일 단독으로 전력 누적 생산량 1000억kWh를 달성했으며 2014년 말까지 모두 1436억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고리 원전 1호기는 지난해에도 약 45억40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해 다른 연료로 대체시 석유 90만t(약 5900억원), 석탄 130만t(1400억원), LNG 66만t(5500억원)에 버금가는 경제적 효과를 냈다.

한국 원자력 발전의 신호탄…해외 기술 의존에서 원전기술 수출까지

고리 원전 1호기는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시발점이다. 한국은 고리 원전 1호기로 세계에서 21번째로 원전 보유국이 됐으며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APR1400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룰수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한국형 원전개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최초의 가압경수로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1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 건설 공급 계약을 채결해 1978년에 준공했다.

당시 국내 건설경험 부족과 산업기반 취약 등으로 외국 계약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계약자 일괄도급 계약방식의 사업이었다.

이후 고리 원전 1,2호기와 월성 1호기 건설사업과 운영경험 기반으로 1970년대 후반에 착수한 고리 원전 3,4호기 건설사업부터는 한전(현 한수원)이 사업을 주도하고 외국 계약자에게 분할 발주하는 계약방식을 채택해 국내 기기 제작 능력 확보와 기자재 국산화를 도모했다.

당시 원자력 설비 제작기술이 전무했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은 원전 기자재 국산화 기술습득을 목적으로 원전 선진업체의 하청형태로 기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전 플랜트 종합설계분야 44% 와 기자재 국산화율 40%를 달성했고 시공기술은 100%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한편, 고리 원전 1호기가 가동 중단이 결정되면 국내 37년 원전 역사상 영구 가동 중단 첫 사례가 된다. 고리 원전 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 수명 만료로 가동이 중단됐다가 2008년 1월 정부가 10년간 재가동을 승인해 다시 운영됐다. 

2012년 2월 9일 고리 원전 1호기 발전기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던 중 외부 전원 공급이 끊어진 일이 알려져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가동 중단 반대를 외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