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정책 경쟁'은 실종된 채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당대표 후보는 물론 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들 모두 당을 위한 비전 제시 보다는 상대방의 치부를 들춰 내 이를 공격하는데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토건 비리" "민주당식 궤변" "강간 미화" "이준석 졸개들" 모두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 쓰여진 말들이다. 지난 2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도 후보들 간 네거티브 공방은 이어졌다.
황교안 당대표 후보는 이날도 김기현 후보의 '울산 KTX 땅 시세차익 의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김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순간 민주당이 쾌재를 부를 것"이라며 "민주당은 내용별로 주도면밀하게 김 후보의 (당 투기)의혹을 까발리면서 우리 당을 총선의 참패 늪으로 떠밀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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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안철수,천하람, 황교안이 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서약식에 참석한 가운데 황 후보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도 김 후보를 향해 "제2의 대장동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어지면서 내년 총선 마지막 날까지 이걸로 민주당은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하람 후보도 "수사 의뢰야말로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6일 김 후보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국가수사 본부에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 후보는 "전대는 집안싸움, 내부 총질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근거 없는 가짜뉴스, 흑색선전, 민주당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분들은 이제 허무맹랑한 궤변은 그만하고, 그 시간에 민주당 이재명과 싸우라"라고 받아쳤다. 또한 자신과 함께 대구를 찾은 나 전 의원을 소개하며 "윤석열 정부 성공과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하겠다"라고 자신했다.
당대표 후보들에 이어 청년최고위원 후보들도 상대를 향한 비방전을 멈추지 않았다. '친이준석계' 이기인 후보는 이날 '친윤석열계' 장예찬 후보를 향해 "독재자 박정희, 독재자의 딸 박근혜, 영남 꼴통이라는 말은 제가 한 말이 아니라 장 후보가 과거 했던 말"이라며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과거와 현재가 다른 사람, 겉과 속이 상반된 사람"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에 장 후보는 "사사건건 윤석열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하게 발목 잡는 이재명의 민주당과 호시탐탐 윤 대통령 흔들 궁리만 하는 이준석과 그 졸개들"이라며 "호남에 갔다고 비겁하게 박정희 대통령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천하람과 이준석 키즈들에게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라고 받아쳤다.
또한 장 후보가 과거 쓴 웹소설이 특정 연예인을 성적 대상화 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장 후보를 향해 "장 후보의 소설에는 현존하는 연예인, 특히 아이유 이지은씨 이름을 그대로 차용하고, 변태적 습성이 담긴 글을 판타지 소설로 빙자하고 있다"라며 "강간 미화, 성적 대상화, 종교 비하에 대해 사과를 제대로 하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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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후보인 김정식, 장예찬, 이기인이 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서약식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에 장 후보는 "제발 부끄러운 줄 좀 알라. 저는 100% 허구인 판타지 소설을 썼다"라며 "이기인 후보가 교주처럼 모시는 이준석 씨는 본인의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려고 측근 보내서 7억 각서를 현실에서 썼다"라고 맞받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차기 당 지도부가 될 후보들이 정책 경쟁 보다는 상대방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라며 "정책은 실종되고 네거티브만 남는 선거가 될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김 후보와 함께 대구를 찾은 나 전 의원도 이날 "요즘 전당대회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금 전당대회는 바로 네거티브 트랩에 갇힌 거 아니냐"라며 "마무리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네거티브 트랩에 빠져선 안된다"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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