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적발' 외국인이 94%…'솜방망이 처벌' 비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공매도 전면재개’ 이슈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가운데 2010년부터 12년간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사례의 대부분이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 정부‧금융당국이 지향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불법행위에 관련된 확실한 대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2010년부터 12년간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사례의 대부분이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불법 공매도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 4월까지 12년간 불법 공매도로 총 127명(곳)이 과태료·주의처분 등 제재를 받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되갚아 수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과도하게 오른 주가의 ‘거품’을 제거한다는 순기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이는 원론적인 얘기일 뿐 현실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공공의 적’으로 삼는 분위기다.

이정문 의원실 측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개인들의 분노에 일면 납득이 가는 구석도 있다. 이번 자료를 자세히 보면 적발된 127명 가운데 외국인은 119명으로, 비율로 보면 93.7%에 달한다. 사실상 대부분이다. 

지난 5년간 공매도 누적 거래대금 기준 외국인 비중이 70% 남짓임을 감안하면 불법 공매도 적발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문제는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불법 공매도를 해도 처벌이 시원찮다는 점이다.

불법 공매도 실행자에게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된 것은 2021년 3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이후다. 허나 아직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대부분의 위반자들은 주의, 경고, 과태료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그나마 그 과태료마저도 액수가 너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21년 10월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자행한 삼성전자 우선주 21만3666주에 대한 불법 공매도는 당시 시가로 약 145억원어치에 달하는 거래였지만 과태료는 4500만원에 그쳤다. 거래액의 0.3% 수준이다.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과실에 의한 실수’라는 이유를 든다. 이정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불법 공매도 고의성이 인정된 건수는 11건밖에 없다. 당국이 외인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매도에 대한 원론적 찬반양론은 간 데 없이 개인들은 ‘공매도 전면금지’를 주장하는 형국에 이르렀다. 문제는 현 정부와 금융당국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선진국 중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 결국 어떻게든 제도, 혹은 제도 운영방식을 손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공매도 상시감시 시스템 구축, 대차거래 상환기간 통일 등에 대해 당국이 진지하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미 구축돼 있는 제도의 시행방식 또한 보다 분명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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