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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정 외교안보팀장 |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첫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사 문제가 빠진 것을 놓고 한일 간 '징용 협상' 막판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한국정부의 해결책과 일본측의 입장, 또 피해자의 요구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상태이다.
정부는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를 공식화했고, 일본은 어떤 해결책이든 또다시 번복될 것을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의 요구는 시간이 갈수록 다양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한일 간 집중 논의되고 있는 징용 배상 문제는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로 승소한 피해자들에 대한 것이다. 이 판결은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일본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비롯됐다. 길게는 10년 이상 짧게는 5년 이상 피해자의 목소리를 소송대리인 또는 지원단체를 통해 들어왔고, 그 주장은 한결같았다.
피해자 중에는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처럼 대법원 확정판결 대로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한 경우도 있다. 양금덕 할머니는 최근에도 "일본이 반드시 배상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있으니 다른 의견도 있기 마련이다.
28일 외교부가 처음으로 진행한 집단면담에선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대법원에서 승소한 유족 A씨는 기자에게 "정부안을 받아들이고 빨리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나마 대법원 확정판결 피해자 유족이어서 우선 판결금을 지원 대상에 포함된 A씨는 "이번엔 해결될까요"라고 희망을 드러내며,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절반은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같이 간 사람들에게 원망도 들었다. 입장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금이 아니라 한국기업의 기금으로라도 빨리 판결금을 받아 이 문제를 끝내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먹은 일이 다른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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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징용 현장인 하시마섬(일명 '군함도')탄광 모습./사진=연합뉴스 |
또 A씨는 "판결금이 꼭 필요한데 집에 환자가 있어서 꼼짝도 못하고 이런데 참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2018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소송은 3건으로 원고가 14명이다. 이 가운데 3명만 피해 당사자이고, 나머지는 유족이다. 당연히 피해자와 유족의 의견이 같을 수 없고, 유족들의 의견도 각각 다를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여기에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소송도 9건에 달해 원고가 60여명이며, 고등법원과 1심법원까지 합치면 계류된 소송만 총 67건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원고는 더 늘어나고 다른 의견도 더해질 것이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로서 행정안전부에 등록돼 의료지원금을 지원받는 숫자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1815명에 달한다. 안타깝게도 2021년 2400명에서 1년 만에 500여명이 줄어든 숫자이다.
이들 모두 각각의 사정이 있고 똑같은 생각일리가 만무한데 징용 배상 문제가 한일 간 외교적 사안이 되고, 국내여론을 양분시키는 동안 원고들은 가려진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외교부가 원고 개개인의 연락처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데 따라서 이번 면담도 소송대리인 및 지원단체를 통해서 이뤄졌다.
일제 강제징용 문제나 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어서 역대 정부마다 '피해자 중심' 입장을 천명해 왔다. 그런데도 정부가 대법원을 움직이려고 하거나 국내정치용으로 이용해온 사실이 있어 해결은 커녕 국민의 불신만 키운 측면이 있다. 그나마 윤석열정부가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노력한다는 평가는 나온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어 협상에 임하는 정부는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다시 밀실행정으로 문제를 서둘러 덮어버리는 오점을 남기지 말 것을 당부한다. 지금 정부의 태도는 '협상에서 한 상대가 조급하면 또 다른 상대는 느긋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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