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새해 반짝 상승하던 증시가 주춤하면서, 은행권 수신(예·적금)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수신금리가 하락하면서 1월 한때 수신잔액이 감소했지만 2월 들어 다시금 늘어난 것이다.
예·적금 가입자로선 금리 인하 탓에 은행으로의 자금 예치가 꺼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고금리 등의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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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반짝 상승하던 증시가 주춤하면서, 은행권 수신(예·적금)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853조 226억원으로, 전달 849조 867억원 대비 약 3조 9359억원 늘었다. 1월 예·적금 잔액은 전월 대비 6조 5809억원 줄어든 842조 5058억원에 그쳤는데, 한 달 새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부문별로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3조 4506억원 늘어난 815조 7006억원, 적금 잔액은 4853억원 증가한 37조 322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음에도, 예·적금 가입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1월 예금은행의 연 5% 이상 정기예금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1.9%에 그쳤고, 1년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도 12월 연 4.63%에서 1월 연 4.15%로 급락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평균 금리 연 5% 이상인 정기예금 비중이 29.7%에 달했고 금리도 연 4.95%에 달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주력 예금 상품 금리는 3% 중·후반대로, 1~2개월 전 대비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은행권은 고금리에 불안한 경제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가리켜, 갈 길을 잃은 유동자금이 은행으로 회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고금리를 통한 이자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졌지만, 급변하는 증시 대비 안정적인 데다 확정적인 기대수익을 안겨주는 까닭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 정기예금이 소폭 늘어나긴 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계속 예금금리가 빠질 것 같고, '현재가 최적기'라는 심리가 적용돼 예적금 잔액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통상적으로 기업들의 직원 대상 성과급 지급시기가 2월에 몰린 점도 예금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했다.
예·적금 가입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금리인상이 시나리오대로 이뤄지면 은행권 예적금 금리도 우상향할 수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한 행사에 참석해 "오는 3월 21일~22일 열리는 차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0.5%포인트(p) 금리 인상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신금리 인상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한때 당국 압박으로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 나섰지만, 도리어 대출금리 인상을 부추기면서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한 까닭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있어도 우리나라 예금금리는 빠지고 있다. 또 한국은행 금통위는 4월에 열려 상품금리 반영까지 근 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미 연준의 결정이 당장) 은행 예금 이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는 만큼, (금융 소비자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금 예금에 가입하고 나중에 여윳돈을 추가 예치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들어 가계대출 감소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 4506억원으로, 12월 688조 6478억원 대비 약 3조 1972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잔액이 모두 줄었는데, 주담대가 4973억원 감소한 512조 7857억원, 신용대출이 2조 1382억원 줄어든 113조 4865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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