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사회가 내부 인사들만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한 데 대해 "KT가 사장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라며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식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후보면접 대상자(숏리스트) 4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 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동안 주인없는 소유분산 기업인 KT를 장악하기 위해 구현모 대표가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지만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 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 등으로 연임은 커녕 대표 후보를 사퇴한 상황"이라며 3가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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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방송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우선 "KT 내부 이익 카르텔만으로는 KT를 혁신할 수 없다. 내부인사 15명 외부 18명 총 33명이 지원했지만 KT 내부 전현직 인사 4명만으로 압축됐다"라며 "국민들은 KT가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 내·외부 전문가들의 공정한 경쟁을 원하고 있지만 이번 KT 결정은 혁신을 원하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4명의 후보 중 한명인 윤경림 사장은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맴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윤 사장을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 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윤 사장에 대해서는 "구 대표의 KT 배임 의혹과 관련 있는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지급보증 성사 공을 인정받아 구현모 체제 KT 사장으로 21년 9월에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있다"라며 "더욱이 KT 내부에서는 구현모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KT는 기간통신 사업자로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자기들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국민을 뒷전으로 여기고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한다면 절대 국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KT 대표 인선에서 내 외부 전문가들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쉽코드를 발동해 국민의 기업인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간기업인 KT 대표 인선에 대해 정치권이 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KT를 혁신시키고 전문성을 보강해서 국민에게 도움되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저희가 인사에 개입했다면 이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비판적인 반응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결국 용산(대통령실)의 심기도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자유시장경제를 철저히 추구하는 현 윤석열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이례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이 경영능력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선정한 인물들"이라며 "6G 상용화 등 급변하는 ICT 환경에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정 인물을 밀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를 믿지 않는 모양새다.
취임 후 회사의 수익성과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한 콘텐츠 런칭을 통해 포트폴리오 확장도 이뤄낸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차기 대표 후보군과 구 대표 사이의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음에도 '정치공세'를 편 것도 언급했다.
'주인없는 기업'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을 내비쳤다. 8% 수준의 지분율을 지닌 국민연금을 통해 원하는 인사를 수장으로 세우려고 하는 등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권성동, 윤두현, 하영제, 허은아, 홍석준 의원 등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모두 기자회견문에 이름을 올렸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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