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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발표된 작년도 국민연금 수익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큰 손실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이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오전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이와 같이 언급했지만, 3명뿐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상근 전문위원직에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또 검사 출신이냐'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의 노후 보장에 일조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은 위중하다.
지난해 79조 6000억원의 손실을 본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수익률은 마이너스 8.22%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기금 규모는 900조원에 이르지만, 최근 10년간 평균 수익률은 4.9%로 캐나다 국민연금(10.0%) 등 주요 글로벌 연기금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역시 지난 6년간 164명이 줄퇴사할 정도로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정원보다 60여명 부족한채 본부가 돌아가는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인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전주지검 군산지청 부장검사 등 역임)를 기금운용위 상근 전문위원직에 인선한 것이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 운용 및 관리에 있어서 최고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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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3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대상자의 수상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한 변호사를 기금운용위 상근전문위원으로 선임했는데, 이 상근전문위원 3명은 위원회 산하 3개 전문위원회에 모두 참석하고 돌아가면서 위원장을 맡는다.
한 변호사는 앞서 사용자측 추천을 받아 선임됐지만, 전문 분야는 성균관대 교수로서 가르친 상법과 기업범죄이다.
연기금 수익률을 제고해야 하는 기금운용위 특성상 상근전문위원 전임자들은 모두 연금 금융 전문가였다.
기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법적인 결격 사유는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상법·금융 등을 전공한 법조인은 항상 위원으로 있었는데, 출신(검찰) 때문에 오해를 산 것"이라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상법을 강의하고, 증권법 관련 논문을 저술했으며, 한국공인회계사회·금융감독원 외부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법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그 무엇보다도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자산 운용 전문가를 모셔와야 하는 분야다. 더욱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에서 상근전문위원이야말로 국민연금 운용의 전문성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지난해 기금 운용수익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타이밍도 나쁘다. 한 변호사가 상근전문위원으로서 어떤 역량을 펼칠지 미지수인 판국에, 어떻게 보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법령상 자격 조건을 갖추었다지만 한 변호사가 '최적임자'라는 이유를 밝히지 못한 보건복지부 입장도 궁색해 보일 정도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출신 인사가 잇달아 요직에 오르는 상황이 가중될수록, 그리고 그 요직이 전문성과 무관한 인선일수록 '정권 정당성'에 균열이 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