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9일 검찰에 구속됐다. 조 회장 공백으로 한국타이어는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오너 리스크’로 인한 기업의 성장 동력 저하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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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 회장은 2020∼2021년 현대자동차 협력사 리한의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박지훈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한국타이어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자금 130억 원가량을 빌려줬다. 이 때문에 회사에 일정 부분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다.
또 수십억 원을 유용해 자신의 집수리와 고가의 수입차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조 회장의 횡령·배임 규모는 200억 원대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MKT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 회장이 29.9%,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회사다. 2016∼2017년 조 회장에게 65억 원, 조 고문에게 43억 원 등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조 회장의 구속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9년 말 조현범 회장은 하청업체로부터 10년 간 납품 대가로 약 6억 원을 받고, 계열사 자금 2억 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후 조 회장은 2020년 3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조계 등에서는 조 회장 신병을 확보한 검찰이 ‘일감 몰아주기’ 등 추가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총수 구속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상 경영에 돌입한 회사는 “기업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과 대규모 투자 지연 및 인수합병(M&A) 등 신성장 동력 개발 위축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구속으로 한국타이어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사측과 금속노노 한국타이어지회의 갈등으로 ‘노조 리스크’가 지속하는 가운데 ‘총수 리스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리와 물가가 상승하고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의 시장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분간 의사 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수 구속으로 한국타이어의 기업 이미지 추락도 우려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부재는 신사업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타이어도 방어경영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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