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금융위원회가 15일 ‘금융규제를 전수조사해 연내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법적 효력이 없는 가이드라인, 행정지도 등 이른바 ‘그림자 규제’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반겨야 할 금융회사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이야기"라며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제1차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에서 “규제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이야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두 금융정책국장도 브리핑을 통해 “금융위·금감원이 규정을 위반할 때는 적절한 조치를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키겠다. 우리가 우리 손발을 묶는 격”이라고 강한 의지를 전했다.

   
▲ 15일 금융규제개혁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가 모두발언하고 있는 모습. /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는 금융규제개혁작업단과 현장점검반을 함께 운영한다. 기존 규제를 전수조사하며 동시에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시정할 계획이다. 법령, 감독규정, 시행세칙 등은 물론 명문 규정이 없는 행정지도, 모범규준, 가이드라인 등 그림자규제까지 대상은 포괄적이다.

기준 규제 개정시에는 일몰설정이 의무화되고, 규제비용총량제(규제 신설·강화 시 다른 규제를 폐지·완화해 총량을 유지하는 제도) 도입도 사전 준비된다. 이런 방안을 상시화 되도록 금융위·금감원이 지켜야 할 원칙과 절차를 규정한 '금융규제 운영규정'(가칭)도 확립된다. 모든 사안은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일선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반신반의 하는 표정이다. “꾸준히 되풀이된 이야기인 만큼 새롭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개혁은 역대 금융정책 수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던 말이다. 힘 있게 추진하는듯 하다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최근 1년 사이만 해도 몇 번은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30일 현재 비공식 행정지도를 680건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291건(42.8%)을 폐지하고 359건(52.8%)을 자율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공식화하겠다고 밝힌 경우는 단 35건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위는 “비공식 행정지도 95%를 폐지한다”고 주장했으나 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임 3개월 만에 3년치 일을 하고 다닌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광폭행보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많다. 그는 지난 2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던 당시 “규제완화는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금융당국에 쓴 목소리를 낸 바 있고, 취임 직후부터 현재까지 규제철폐가 핀테크를 비롯한 금융산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모범규준이나 행정지도와 같은 규제 아닌 규제, 구두공문에 의한 행정지도 등 보이지 않는 규제를 발굴하고, 폐지하고, 전파하고, 재차 확인해야 한다”며 “매번 되풀이되는 이야기에 금융당국의 의지를 의심하지만, 임 위원장의 추진력을 믿는다”고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