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이자율과 관련된 ‘개선’을 당부한 가운데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관행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예상시점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 증권사를 비롯한 범금융권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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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1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수장들의 ‘돈 장사’ 비판 파문이 은행권을 넘어 증권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관행을 개선하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금감원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등 금융 투자상품 이자와 수수료율 지급 체계 등을 본격 점검할 예정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금감원과 함께 TF를 발족해 업계(증권사)와 머리를 맞대 합리적인 산정 기준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은행권과의 대화에서도 금감원장이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산정하고 있는 신용융자 이자율, 투자예탁금 이용료 등은 사실상 은행들이 산정하는 예금 이자율과 흐름을 같이 하는 지표들이다. 결국 한때 10%까지 올라갔던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최고 구간은 현재 8~9%대로 떨어졌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당국의 ‘입김’만으로 방향을 정할 수 있는 단순한 형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또 다시 ‘빅 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과 8일 연이어 개최된 상·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매파적(긴축선호)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금리 인상폭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ECB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경제지표가 빅스텝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은행‧증권사만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자율을 내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빚투’가 다시 늘어나는 등 풍선효과도 존재한다”면서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정책적 고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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