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폭 두고 전망 엇갈려…"빅스텝 괜찮다" 의견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파산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폭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파산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 폭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11일 연합뉴스가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해당 매체는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업계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준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인상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0.25%포인트(p)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스텝' 대신 '빅스텝'(0.5%p 인상)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에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상원 청문회에서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이 지난 1년간 미국의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에서 '4.75%'까지 급격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평가가 계속 나온다. 

은행으로선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어렵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이 보유한 국채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현금화를 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SVB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타격이 큰 IT분야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어준 대출이 많았다. 이로 인해 부실자산 규모가 커져 파산으로 내몰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달 FOMC가 빅스텝을 단행하는 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자산 운용사 제프리스의 선임 금융분야 이코노미스트 아네타 마코스카는 "SVB 파산은 연준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지만, 전혀 생각지 못한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NYT의 피터 코이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는 "파월 의장과 다른 FOMC 멤버들은 자신들의 통화정책이 은행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SVB 파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아닐 카시압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건전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연준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별 은행이 아닌 전체 은행 시스템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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