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복현 원장 주재로 긴급회의에 나섰다. 금감원은 은행·여전사·보험·증권 등 업권별 자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업계를 대상으로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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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복현 원장 주재로 긴급회의에 나섰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금감원은 13일 오전 이 원장 주재로 업권별 감독부서, 뉴욕사무소 합동으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 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로서, 미국 정부 및 감독당국이 12일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SVB는 거액의 기업예금을 위주로 자금을 조달해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총자산의 56.7%)에 투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거듭 인상하자 예금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했는데, 이후 이 은행 고객들이 대거 예금을 인출하면서 유동성 문제로 이어졌다. 실제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닌 예금이 87.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 금융당국에서는 예금자를 보호하고 SVB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 유동성 공급대책을 전날 발표했다. 연준은 모든 예금자의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격담보조건으로 은행에 1년만기 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미 재무부는 250억 달러 규모의 안정기금을 활용해 지역 연준은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날 회의에서 은행 및 비은행 금융사 모두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른 데다,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이 양호하고 수익성도 견조한 덕분이다.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사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칠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다는 시각이다.
업권별로 은행권은 예대(예금-대출)업무 위주로 유가증권 비중(총자산 중 18%)이 낮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유동성 상황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SVB는 LCR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인터넷은행도 자금조달이 소액·소매자금으로 이뤄져 단기간내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외화 LCR는 지난 10일 현재 143.7%로 이번 사태로 외환시장이 흔들릴 일도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중소서민금융회사는 여신 위주의 자금을 운용하고, 최근 자금조달여건이 호전되면서 유동성이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말 유동성비율은 저축은행 177.1%, 카드 385.4%, 캐피탈 202.3%로 각각 나타났다.
보험회사는 국공채 보유 규모가 크지만, 자산부채 만기구조 매칭관리와 국제회계기준(IFRS) 17 시행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도 유동성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원장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로 마련된 비상자금조달계획의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부동산 PF 및 대출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점검하고, 위기 국면에도 문제가 없는 수준의 유동성과 손실 흡수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 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하기로 조치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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