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민연금이 '-8.22%'라는 역대 최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대책을 요청하고 나섰다. 유력 방안으로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다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고, 대통령실에서는 "국회 법개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때 아닌 국민연금 서울 이전설을 두고 본점 부산 이전으로 노사 대립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은 노조는 산은법 4조 1항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 조항을 개정조차 하지 않은 채 정부가 '졸속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가 국민연금 서울이전설을 해명한 논리와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
|
▲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산은 노조 제공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노조와 직원 450여명은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와 금융위원회, 강석훈 산은 회장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산은 노조는 "윤석열 정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하지 않고 졸속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준 산은 노조 위원장은 "산업은행은 다른 공공기관과는 다른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기에 고객과 시장과 함께 위치해야 한다"며 "왜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 지난 수십 년의 금융중심지 육성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산은 노조는 최근 논란이 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역대 최저 수익률과 고급인력들의 퇴사 등을 언급하며,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주 논거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은 –8.22%로,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말 기준 적립금은 890조 5000억원으로 추락했으며, 지난 1년간 손실금은 79조 6000억원에 달한다.
퇴사자도 연평균 27.3명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 전북 전주로 이전했는데, 6년여간 운용본부 인력 164명이 줄사표를 냈다. 이전 이후 직원 정원도 100%를 채우지 못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6일 대통령의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검토 지시에 대해 "지시를 받은 일이 없고,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는 법으로 전주에 두게 돼 있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실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에서 법을 어떻게 바꾸느냐, 거기에 해당하는 문제 같다"고 설명했다.
|
|
|
▲ 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이 279일째 본점 부산 이전 추진을 반대하는 아침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산은 노조 제공 |
대통령실과 국민연금 간 설왕설래를 두고 산은 내부에서는 '앞뒤가 다른 행동'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진우 산은 노조 부위원장은 "(산은 내부 첫 반응이) 산은 이전도 법 개정 사항인데, 법 개정도 안 하고 이전하려면서 (국민연금의) 서울 이전에 대한 리스크는 지지 않으려는 게 말도 안 되는 앞뒤가 다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서울이전설로 반발이 나오자, 대통령실이 "국회 법 개정이 우선"이라고 말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노조는 정부의 '엿장수식 잣대'를 지적하며, 산은 본점 이전도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본점 이전 논란이 부상하면서 지난해에만 100명의 직원이 퇴사한 상황이다.
한편 산은 노조는 지난 1월 12일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현행 산은법상 본점을 이전할 수 없음에도, 강 회장이 본점을 이전하기 위해 무분별한 예산을 집행하고, 이사회 일정을 연기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 감사원의 감사를 요청한 것이다. 현재 해당 건은 감사원 측의 요청에 따라, 1개월 연장된 상황이다.
아울러 노조는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법에 본점 직원 45명의 부산 발령에 대한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제출했다. 오는 29일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