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8일 독일에서 폐막한 G7 정상회의에서 나온 각국 정상들의 말 한마디에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달러강세, 엔화약세가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현재 전 세계의 눈은 이들의 입을 향해있다. 환율전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 역시 쉽사리 경계를 풀 수 없는 상황이다.

AFP는 7일 익명의 프랑스 관리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회담에서 강한 달러가 문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금융당국에 의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강세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이를 들고 나온건 처음이다.

해당 보도 직후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수요(소비)가 너무 약하기 때문에 G7이 구조개혁과 재정·통화 정책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직접 “익명의 이야기를 믿지 말라”고 말했고,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환율 논쟁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연합뉴스TV 방송 캡쳐

세계 환율 시장은 출렁였다. 8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전일 대비 1.17% 하락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와 엔화 대비 1.48%, 0.88% 하락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오해였다 하더라도 시장은 확실하게 반응한 셈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같은 흐름에 편승했다. G7 정상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되지만 수입물가가 올라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엔저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엔저는 아베 정권의 존재명분 중 하나인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집권하는 동안에는 방향전환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처음으로 상반된 의견을 냈다.

당장 유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로화의 약세는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유로존에는 반가운 소식이었으나 1분기 미국 경제회복이 더디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연기 소식이 들리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1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저금리가 유로 강세를 견제해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구조 개혁을 도왔다. 그러나 최근의 유로 강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개혁을 어렵게 한다”며 “유럽증앙은행(ECB) 등 중앙은행은 인플레가 너무 미약할 때 디플레에 빠지지 않도록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메르켈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강세에 긴장하는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다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엔화와 원화 약세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우리 금리가 높기 때문에 일본에서 풀린 돈이 우리나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원화 약세 폭이 엔화보다 줄어들면서 우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