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코스피지수가 대내외 불확실성에 짓눌리면서 다시 박스권 장세로 돌아가는 것 아이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4월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져 온 2050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 달성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최근 변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급기야 16일 2030선 아래로 미끄러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등 대내외 변수가 산재해 당분간 불안정한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예정됐던 몇몇 굵직한 이벤트가 시장에 우호적으로 마무리됐음에도 코스피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 편입 유보 등의 호재가 제대로 약효를 내지 못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상승으로 마감한 날은 단 이틀(4일·11일)에 불과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3.60포인트(0.67%) 내린 2028.72로 장을 마감하며 지난 4월 1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008.46까지 떨어지면서 2000선 붕괴 우려마저 키웠다.
증시의 하락세는 대내외 변수의 불확실성과 경계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이벤트는 16~1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다.

오는 9월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지만, 구체적인 인상 개시 시점을 읽어내려는 시장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대응이 분주하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이번 FOMC에서는 한층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성향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달러화 강세가 재개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라며 "신흥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FOMC와 함께 그리스를 둘러싼 잡음도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단연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6월 말에 종결되면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이 4조425억원, 8월 말에 끝나면 손실액이 20조922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도 제시한 바 있다.

내수 위축 우려와 함께 수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날부터 시행된 증시의 가격제한폭 확대는 장기적으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에서는 변동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코스피는 2050과 2100을 차례로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였던 2011년 5월 2일(2228.96)의 기록에도 도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컸던 기대와는 달리 대내외 불안에 주요 저항선을 쉽게 내준 모양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2000선 초반대에서의 지지력 테스트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안정세를 나타내는 만큼 현재 코스피 조정은 일반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며 "2년간 통계와 기술적 분석으로 볼 때 주요 지수대로 2030과 2000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지지력을 신뢰하면서도 최근 장세에 대해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