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복합점포 보험 상품 판매 허용, 고용시장 불안·소비자 보호 뒷전 우려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금융상품백화점이라 불리는 금융복합점포의 역할을 두고 갑론을박이 심해지고 있다. 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보험설계사의 생존과 비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16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바람직한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 마련 정책 세미나’에서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금융복합점포 내 보험사 입점에 대해 “소비자 효용 극대화 효과는 없는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성주호 경희대학고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가치를 보는 눈으로 복합점포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앞으로의 금융 산업의 발전은 고용을 할 수 있는냐 없느냐의 문제”라며 “은행, 증권은 이미 핀테크 등과 관련해서 비대면 채널이 많아져 채용은 줄고 구조조정은 늘었다. 반면 보험은 유일하게 고용 효율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복합점포 내에 보험사 입점을 허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보험사 복합점포 입점에 보험권 전문가들은 보험의 복합 점포는 가치 창출에 있어 효용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보험대리점협회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의 '국내 시중은행 중간간부 인력 현황'과 '국내 시중은행 임금피크제 및 희망퇴직제 운영현황'을 분석해 7개 시중은행의 올해 희망퇴직자가 2076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사적체, 비대면 채널 급증,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으로 고용 창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성 교수는 “향후 금융권의 고용의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부분은 보험권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들이 지금의 보험시장을 꾸려왔다. 불완전판매의 수량도 방카슈랑스, 홈쇼핑 판매 등의 채널보다 적다”는 주장이다.

이어 “보험사가 복합점포로 입점될시 보험설계사의 생계 위협은 물론 고용 창출에 문제가 생긴다”며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허용은 안된다”는 입장을 냈다.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도 “은행점포 내 보험사 입점 영업 시 보험 대리점을 포함한 보험설계사의 판매력이 약화된다”며 “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하면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된다”고 성교수를 지지했다.

앞서 개회사에서는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이 “육아와 경력 단절로 사회에서 고용이 힘든 여성들이 보험설계사로 활동하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보험사 복합점포 입점은 이들의 자리를 또 빼앗게 되는 격”이라고 힘을 싣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 계열의 보험사 편중 문제도 보험사간의 경쟁 구도를 불공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됐다.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보험사가 입점한 복합 점포 운영시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는 계열사 상품 판매 위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며 “비은행계열 보험사의 경우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소비자가 다양한 회사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조남희 금융 소비자원 원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 보호”라고 강조하며 “금융당국과 이를 실행하고자 하는 보험사들은 피해가 발생 시 구제대책 없이 각 지주들의 효율성만 따지고 있다”고 금융당국의 결정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