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가 또 수모를 당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8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B조에 속해 일본, 호주, 체코, 중국과 조별리그를 벌였다. 일본 외에는 두려운 팀이 없어 '꿀조'에 속했고, 8강 진출은 무난해 보였다.
하지만 첫 경기 호주전에서 충격전인 7-8 패배를 당하더니 숙적 일본을 상대로는 맥없이 4-13이라는 엄청난 스코어 차이로 졌다. 약체 체코와 중국을 연파하긴 했으나 2승 2패를 기록한 한국은 일본(4승), 호주(3승1패)에 뒤져 조 3위로 2위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따지 못하고 짐을 쌌다.
이로써 한국은 WBC에서 3연속 1라운드 통과 실패라는 암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6개 출전국 가운데 4위로 메달을 따지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세계대회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야구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공통된 의견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암흑기에 빠진 한국야구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의 옛 영광릉 되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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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야구대표팀이 WBC 3연속 1라운드 탈락으로 무거운 숙제를 받았다. /사진=KBO 공식 SNS |
3연속 WBC '광탈'이 안겨준 숙제는 명확하다. 한국대표팀이 정말 치밀하게 대회 준비를 했는지 차근차근 따져보고, 반성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번 WBC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이정후 강백호 구창모 이의리 등 KBO리그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젊은 선수들과 김광현 양현종 박병호 김현수 양의지 최정 등 베테랑들이 함께 팀을 이뤘다. 두 명의 현역 메이저리거(김하성, 토미 현수 에드먼)도 합류했다.
'잘 하는 선수들을 모아 놓았으니 잘 해줄 것이다'는 막연한 믿음은 호주와 1차전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정작 대회가 시작되니 선수들의 컨디션은 편차가 심했다. 특히 투수들은 시즌 때와 비교해 구속도, 제구도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아웃카운트 하나 잡기도 힘겨워하는 투수들로는 강팀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비시즌에 대회가 열려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모든 팀들이 같은 조건에서 대회 준비를 해왔다.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라면, 또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뭉치게 만들어야 하는 코칭스태프라면 대회 개막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으로 실력 발휘를 할 준비를 했어야 한다. 국내 최고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대회를 코앞에 두고 담에 걸려 한 경기도 뛰지 못한 것이 컨디션 관리의 난맥상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대표팀의 전임감독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야구 세계대회가 매년 꾸준히 열리는 것도 아니어서 대표팀 전임감독의 효용 가치에 대한 논란은 있다. 2017년 WBC에서 1라운드 탈락 이후 전임감독제의 필요성이 대두돼 선동열, 김경문 감독이 대표팀 전임감독을 맡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구고도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잡음 후폭풍으로 사퇴해야 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우승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은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로 명예에 오점을 남겼다.
두 번 연속 전임감독의 실패 사례가 나오자 이번 WBC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우승팀(2021년) 감독(이강철 kt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강철 감독은 대표팀에 헌신을 하면서 고심의 나날을 보냈지만 결국 또 실패한 대표팀 감독이 됐다. 소속팀 관리만으로 벅찬 현역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의 짐까지 지우는 것은 과중해 보인다.
일본은 2013 WBC에서 대회 3연패에 실패하자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도입했다. 현재 일본대표팀은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2021년 11월부터 지휘봉을 잡아 1년 이상 WBC 대회 준비에 전념해왔다. 대표선수들 선발과 관리, 상대팀 분석 등에 공을 들여온 결과가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을 만들어놓았다.
실망스러운 결과로 대회를 마친 이강철 감독은 "국민들과 야구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 선수들은 정말 준비 잘했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내가 부족해서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야수보다 투수 쪽 성적이 안 좋았다. 생각한 대로 뽑아왔는데 여기 와서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실패한 감독으로서 당연한 반성과 사과이기는 하지만, 대표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KBO리그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광현 양현종이 여전히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다. 세계대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확실한 에이스'를 이들이 맡기에는 이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의 이번 대회 경기력을 지켜본 일본 대표팀 출신 사토자키 도모야가 "KBO리그는 외국인 투수들이 주축이다. 자국 투수들을 키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고, 일본 언론이 "한국은 국내 투수들을 키우는데 소홀한 것 같다"고 지적한 것은 뼈아프지만 맞는 말이다.
KBO리그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 대표팀에 뽑힐 만한 선수들이 스스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냉정하게 한국야구의 현실을 직시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부터 다음 WBC 준비의 출발점으로 삼야아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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