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4월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SVB 파산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SVB 파산'은 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에선 4월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가 파산의 주된 요인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지목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연준은 오는 21~2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BV 파산 과정에서 연준의 지난 1년간 고강도 통화 긴축이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면서 금리 인상 폭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스타트업 분야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SVB는 미국 내 16위 은행으로 총 자산은 2090억 달러, 총예금은 1754억원 규모 이른다. 이번 파산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가장 큰 규모다. SVB의 파산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경색이 심화된 기업들이 SVB에 맡겨 둔 예금 인출을 요구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SVB는 기업들의 예금 인출을 위한 현금확보를 위해 201억 달러의 채권 등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18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SVB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22억5000만 달러의 증자와 5억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를 기대했지만 무산됐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 등을 이유로 SVB를 폐쇄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낮아지면 한은도 다음 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2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초과하지 않는다면 미 연준이 3월 FOMC에서 점도표를 5.50~5.75%로 상향 조정하고 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에 그치거나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 경계가 지속되겠지만, 긴축 종반부에서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안정 문제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전날 주재한 'SVB사태 관련 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쳐 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14일)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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