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미 SVB사태, 한국 영향 제한적…손실흡수능력 제고할 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은행권의 건전성 조치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울러 '이자장사'로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은행권이 대규모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에 맞서 성과보수체계도 손본다. 
   
금융당국은 지난 15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국은행, 민간전문가, 금융권과 논의를 가졌다고 16일 밝혔다. 

   
▲ 금융당국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은행권의 건전성 조치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사진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전날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적으로 당국은 '건전성강화'를 기치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경기대응완충자본(CCyb)'을 오는 2~3분기께 부과하는 것을 적극 검토한다. 

CCyb는 바젤III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신용팽창 시기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과도한 신용 확대를 억제하고, 신용 축소나 경색 때 적립된 자본을 해소해 신용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다. 

국내에는 지난 2016년 도입됐는데, 현재까지 0% 적립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불확실성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이 시기 대출규모가 급증했고 향후 부실화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에서도 이 제도를 속속 적용 중이다. 영국에서는 오는 7월부터 기존 1%에서 2%로 상향하고, 스웨덴에서는 6월부터 2%를 적용할 예정이다. 호주는 올 들어 1%를 기본수준으로 체계를 개편했다.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도 도입한다. 현재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고 있지만, 결과가 미흡한 경우에도 개별 은행에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다. 이에 해외처럼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고, '예상손실 전망모형'을 매년 주기적으로 점검해 개선요구 등을 할 수 있도록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 중이다. 은행은 매년 적정성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이 점검결과를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개선요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미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불확실성 우려가 높아진 만큼,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신용공급에 따른 경기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하고,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따라 추가 자본을 적립하는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추진하는 등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참석자들은 규모·시기·속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Cyb의 경우 실효성을 제고하는 게 최근의 선진적 자본규제 및 연구방향에 부합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은행권 건전성 규제 강화로 비은행권으로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가리키며, 비은행권 건전성 규제도 균형감있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또 신용사이클이 부동산사이클과 유사한 점에서 부동산 경기흐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성과보수체계 개입 시사

전날 실무작업반은 최근 논란이 된 주요 은행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도 논의했다.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일부 참석자들은 "혁신적 노력 외에도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 증가라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며 "임직원의 성과가 혁신적인 사업이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인지, 단순히 예대금리차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감안해 성과급이 지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대규모 수익은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 및 저금리 지속 등으로 대출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금리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과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화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과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성과보수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은행권이 스스로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희망퇴직금에 대해서는 "은행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급수준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 규모에 연계하기보다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며,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은행의 주주환원·배당은 단순히 주주(Shareholder)의 문제가 아닌 이해관계자(Stakeholder)까지 고려해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이익이 어떻게 구성되고 그 이익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분배되는지를 국민과 금융시장에게 충분히 설명한다면 이러한 의문과 논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헀다. 

아울러 은행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인건비 비중과 개별 보수의 구성, 희망퇴직금 등에 대해 국내은행과 글로벌 주요은행을 비교분석해 추가 개선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 방침에 은행권은 "성과보수체계 개선은 경영진 뿐만 아니라 임직원·노조가 함께 고민하고 동의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SVB사태,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한편 김 부위원장은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부위원장은 "국내 은행은 양호한 유동성과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미국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도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금융당국은 높은 경각심을 갖고 관계기관과 함께 시장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금융안정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 SVB 사태를 계기로 국내 스몰라이센스 및 특화전문은행 설립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김 부위원장은 계획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TF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은행권내 실질적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 6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오는 22일(잠정) 제4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4차 회의에서는 예금 비교·추천 혁신금융서비스의 추진현황 및 향후 계획을 살펴보고, 인터넷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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