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했던 ‘쌍특검’이 좌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정의당과 협상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기는커녕 관계만 소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내 야당이 공조 의사를 나타냈던 ‘쌍특검’이 3월 임시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전무할 것으로 파악된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에 정의당은 물론 원내정당 모두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탓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선 재적의원 60%(180석)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원내정당 중 민주당(169석)만 ‘쌍특검’ 패스트트랙에 동의하고 있다. 무소속 의원 등 민주당에 우호적인 표(기본소득당 1석, 무소속 7석)를 최대한 확보한다고 가정해도 177표에 그친다. 공조가 없을 경우 패스트트랙은 불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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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2월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민주당만 추천’에 정치권 "납득 어려워"…공조 난항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 간 공조가 난항에 빠진 이유로는 민주당의 일방적인 협상 태도가 지목된다. 특검 도입에 국민적 관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만 고집해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대장동 50억원 클럽 특검법을 발의하며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로 한정했다. 사실상 민주당만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해당 주장은 정치권의 공감은 고사하고 반발만 키우고 있다.
특정 정당만 추천권을 행사하는 특검법은 수사의 공정성 확보라는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진상 규명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정쟁 유도 목적으로 특검법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중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쌍특검에 대해 “국회를 극한의 정쟁으로 몰아 국민 시선을 이재명 대표의 부정부패 혐의로부터 돌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방탄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쌍특검에 찬성하는 군소 정당들마저 민주당 표 특검법에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만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건 공조할 태도가 전혀 없다는 것 같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도 “특검법이 ‘정쟁’이라는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공조할 수 있는 안으로 특검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뒤 다른 민주당 태도에 ‘진상 규명’ 진정성 의심
더 큰 문제는 쌍특검을 공조하기도 전부터 원내 야당간 관계가 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쌍특검 협상 지연에 “정의당과 물밑 조율중이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야당이 함께 특검을 관철하겠다”면서 ‘정의당이 국민이 납득할 방안을 제시한다면 대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협상의 키를 정의당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게 “도대체 누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민주당과 쌍특검에 대해 최근 만난 적도, 협상을 진행해 본 적도 없다”며 아전인수식 언론 플레이로 협상 파트너를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주당이 특검을 내부 단결 목적 등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이 납득할 방안’이라는 추상적 주장을 더 이상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정의당이 합리적인 대안을 이미 제시했음에도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의당은 수사와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특검 후보자 추천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들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원내정당들 또한 특검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면 ‘이해 당사자를 배제하는 안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이 납득할 방안’을 촉구하고 있어, 특검을 추진하려는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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