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핵탄두 탑재 가능 전술·전략 미사일, ‘시험’ 아닌 ‘실전훈련’”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6일 다탄두 능력을 갖춰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 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한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온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에 대한 반발이자 지소미아 정상화 및 북핵 공조를 위한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경고하는 이중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하기 2시간 전인 오전 7시 10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고각으로 ICBM 2발을 발사했다. 이 ICBM은 북동쪽으로 1시간 이상 1000㎞를 날아가 중국과 러시아 접경 인근 동해상에 떨어졌다.

군 관계자는 “탐지 제원 등을 종합한 결과 화성 17형과 유사하다”고 밝히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발사를 참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ICBM 발사 당시 미국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가 동해상에서 비행궤적을 실시간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미 여러 담화를 통해 한미훈련에 대한 경고를 했고, 지난 9일부터 이틀 또는 사흘 간격으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쏘며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이어 윤 대통령의 출국 직전 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해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 중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발사한 미사일은 ‘전술’ 혹은 ‘전략’ 미사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을 앞세운 압도적인 대응”이라면서 “또 작년 북한의 도발은 ‘시험발사’가 다수였지만 올해는 ‘발사 훈련’ ‘검열 사격’ 등 표현으로 실전배치된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이 도발 사실을 북한 내부에도 알려 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다”면서 “북한 내 긴장감을 조성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전형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북한이 경제·사상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 북한 서부전선의 중요작전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선인민군 미사일 부대에서 14일 구분대 교육을 위한 미사일 시범사격훈련을 진행했다고 1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3.3.15./사진=뉴스1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발사에 성공한 ICBM은 2017년 이후 화성 14형 2회, 화성 15형 3회, 화성 17형 1회 등 모두 6회로, 이번이 7번째 ICBM 발사이며, 비행 데이터를 고려할 때 화성 17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 연구위원은 “북한은 올해 2월 18일 김 위원장의 불시 지시에 따라 좀 더 성능이 안정된 화성 15형을 발사했고, 이번에는 화성 17형의 성능 강화 및 실전 능력을 과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 KN-23 발사 보도에서 하위제대의 전술핵 운용능력을 강조했듯이 내일 화성 17형의 하위제대 운용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어 대규모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도 나와 있다. 

CSIS의 엘렌 김 선임연구원은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오는 16~17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해결과 답답했던 양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한일 정상회담을 망치기 위해 대규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을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직전 일본을 향해 ICBM을 발사한 북한의 태도를 강력 규탄한다”면서 “오늘 ICBM을 비롯한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또한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고조시키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