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우리나라 금융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5개월째 '위기 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금융불안지수(FSI)는 올해 1월과 2월 각 22.7, 21.8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23.5) '위기' 단계(22 이상)에 들어선 이후 5개월째 위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자료=한국은행 제공.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3분기 46.6에서 4분기 44.6으로 낮아졌다.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줄면서 금융불균형이 다소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변동금리 중심의 부채 구조로 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이 가계·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우발적 신용사건에서 보듯 일부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위험과 유동성 악화가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취약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SVB 파산 등 대외 요인이 국내 경기 둔화와 부동산 부진 등 대내 요인과 맞물릴 경우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대출 부실위험 증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대외 부문 불안이 심화되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 및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될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유동화를 매개로 부동산 PF사업과 자본시장 간 연계성이 커진 만큼 부동산 경기 위축이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와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내외 충격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선 관계기관의 협력 아래 취약한 가계·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 부동산 PF 리스크와 관련한 단계별 대응책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을 위해 경제주체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최근 부동산경기 위축과 미분양주택 누증 등 건설업 영업환경 약화로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이 다소 저하되면서 부실위험이 소폭 증대됐다고 진단했다.

   
▲ 자료=한국은행 제공.
 

한은이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비금융 상장기업 2392개 중 건설업 7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상장 건설기업은 지난해 1∼3분기 중 상장 건설기업은 상환능력, 유동성, 안정성이 다소 저하됐다.

취약기업 비중은 36.1%로 전년(28.9%)보다 증가했다. 취약기업은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이다.

유동성 우려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13.3%에서 18.1%로 늘었다. 유동성 우려 기업은 1년 이내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보다 많은, 유동비율 100% 미만 기업을 의미한다.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지난해 9월 말 107.9%로, 2021년 말(97.4%)보다 상승했다. 다만 부채가 자기자본의 200%를 초과하는 과다부채기업 비중은 19.4%로 2021년 말(27.7%)보다 줄었다.

일부 건설기업의 경우 상당 규모의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경우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지방 중소 건설기업은 대기업 및 수도권 소재 중소 건설기업에 비해 한계기업 및 부실위험기업 비중이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부실위험이 높은 건설기업 및 관련 PF사업장에 대한 미시적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전제한 조건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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