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900원 요구에 715원 제시…"잠재 부실 속 주주환원 강화시 위기 초래" 우려도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JB금융지주가 오는 30일 정기주주총회 개최를 앞둔 가운데, 이 회사 2대 주주이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전주지방법원에 주총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공정한 주총 진행을 위함이라는 설명인데, 앞서 얼라인이 JB에 주당 900원 배당 및 김기석 후보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던 만큼, 양측의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24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JB금융은 얼라인과 NH투자증권이 지난 21일 전주지방법원에 JB금융 주총 검사인 선임 신청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 JB금융지주가 오는 30일 정기주주총회 개최를 앞둔 가운데, 이 회사 2대 주주이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전주지방법원에 주총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사진=JB금융그룹 제공


얼라인과 NH투자증권은 전주지법이 지정하는 검사인을 선임해 △소집 절차의 적법성 △주주의 의결권 확인 △주주의 주주총회장 참석(출입) 여부 △총회 진행 절차의 적법성 △표결절차의 적법성 등을 들여다보고, 공정한 주총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얼라인은 JB금융의 1대 주주인 삼양사(지분 14.61%)에 이어 지분 14.04%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JB금융은 양대 주주 외 오케이저축은행(10.21%), 국민연금(8.21%), 더캐피탈그룹(5.11%) 등을 주요주주로 구성하고 있다. 

앞서 얼라인은 JB금융에 △주당 900원 결산 배당 △김기석 후보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JB금융은 주당 715원을 배당하기로 한 결정을 유지하는 한편, 김 후보의 추가 선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JB금융의 구상대로 할 경우, 배당 성향은 27%, 900원일 경우 배당 성향은 33%에 달한다.

얼라인 측은 지난 6일 주당 900원 배당금 지급 시 JB금융의 지난해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약 11.28% 수준으로 BNK금융, DGB금융을 상회하고, 올해 바젤Ⅲ가 추가 도입될 경우 JB금융의 CET1 비율은 약 0.4%(40bp) 개선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궁극적으로 주당 900원의 배당 제안이 JB금융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에 JB금융 측은 과도한 배당 제안이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 증대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무 건전성 유지 및 특별 대손준비금 적립 대비의 필요성,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배당금 확대가 무리라는 것. 

JB금융은 "지속가능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과도한 배당 성향 확대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 있으며, 주주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해서 배당을 확대해 배당성장률과 배당수익률을 업종 최상위 수준으로 유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균형 있게 고려해 그룹 펀더멘털에 적합한 주주환원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 노조 측도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JB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주주행동주의자의 탈을 쓰고 회사의 미래를 갉아 먹으려는 얼라인파트너스의 횡포를 더 이상 잠자코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노조협의회는 지역민과 상생을 저해하고 고객과 임직원에 대한 존중감이 전혀 없는 악덕 주주의 파렴치한 주장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주주제안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 

또 "(얼라인 측이) 여론몰이를 하며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단기차익만을 노리고 먹튀하려는 의도에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주주제안이 '기업가치 제고'라는 순기능을 위한 것이 아니라, JB금융지주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단기차익 실현을 위한 압박의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속셈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JB금융 편에 서고 있다.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얼라인이 낸 주주 제안에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JB금융의 배당성향이 타 금융지주의 평균치를 웃돌고, 지나친 배당 확대가 주주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도 최근 "JB금융의 현 이사회안인 주당 715원(배당성향 27%)을 적정 배당안이라 보고 찬성한다"고 밝혔다. 

급격한 주주 환원율 상승이 자본 적정성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국내 은행지주의 주주환원 정책 평가·시사점' 보고서에서 "은행지주의 주주환원이 단기적으로 급격히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주환원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 기존 채권자인 일반 예금자 및 금융채 투자자 등의 부를 주주에게 이전하는 꼴이 돼,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건전성 측면에서도 주주환원책을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코로나19 금융지원책 여파로 개별 금융사의 부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고금리·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해야 하는 만큼 무리한 배당 확대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얼라인과 별개로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액션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지난 23일 회의에서 KB·우리·하나금융지주 등 총 11개사의 정기 주총 안건 중 사내이사 등 임원 선임, 정관 변경, 이사 보수한도 등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회의에서 수책위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의했는데, 주요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서는 반대 결정을 내렸다. 수책위는 앞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임안에 대해선 기업가치 훼손 및 감시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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