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엘리엇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기업가치분석 보고서가 악의적으로 무단 사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날 "엘리엇이 증거로 낸 가치평가분석보고서는 인수합병(M&A) 용도가 아니라 일반투자 용도로 제공된 것"이라며 "법인 명의의 최종승인 도장이 찍히지 않은 초안 상태의 보고서를 무단으로 증거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엘리엇 측에 해당 보고서의 증거 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보고서를 무단 사용한 데 대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보고서의 트랜스미털 레터(transmittal letter) 부분이다.

이 부분은 수신자와 제목, 목적(용도)을 명기한 보고서의 헤드(표지) 대목을 말한다.

엘리엇이 법원에 증거로 낸 보고서에는 트랜스미털 레터 부분이 삭제돼 일종의 변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엘리엇이 제출한) 가치평가분석보고서는 작성 명의인이 삭제돼 있고 일부만 발췌됐으며 당연히 포함돼야 할 트랜스미털 레터가 누락돼 있다"며 "그 점은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사실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는 "M&A 용도의 보고서에는 미래의 현금흐름과 투자정보가 반영돼 있어야 하지만 엘리엇에 제공한 보고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공개된 데이터만을 이용한 순수 투자참고 목적의 보고서로 작성됐다"고 부연했다.

엘리엇은 이날 법원에서 "국내 4대 대형회계법인에 의뢰해 양사 공정가치를 감정한 결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1.6인 것으로 산출됐다. 그런데도 삼성 측이 1대 0.35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것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이 아니라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가치를 산정하는 회계기준이 각각 달랐고 보고서의 일부 내용만 발췌해 왜곡했다"며 "엘리엇 측이 의도적으로 자료를 변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