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첫 환자 발생 한 달만에 진정국면에 접어 들었다. 우려했던 병원 밖 감염사례는 아직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심야 기자회견을 하면 공포심을 촉발시켰던 35번 환자를 통한 감염자는 없었다. 서울시는 환자가 참석했던 재건축조합 총회의 1500여 명 전원을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하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단 한 명의 메르스 증상자도 나오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거의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했지만 지하철 감염 사례는 없었다.
80명 넘는 환자를 감염시킨 14번 환자도 경기도 평택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시외버스로 이동했지만 버스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결국 애초 정부당국이 다중시설 같은 넓은 공간에서 공기 감염되는 게 아니라 밀폐 공간에서의 접촉이 원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전문가들도 공기전파의 가능성이 희박함을 들어 지역전파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과잉 대응 논란을 일으키며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정치적 포퓰리즘과 SNS를 타고 괴담과 유언비어가 유포되면서 지난 한달간 대한민국은 악몽의 시간을 보냈다. 언론들의 과장된 부풀리기 보도는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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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19일 "메르스로 침체된 우리경제를 회복 궤도로 복귀시키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
그 사이 경제는 급전직하로 꼬꾸라졌다. 국민들이 지나친 공포감 때문에 평소의 일상생활조차 꺼렸다. 내수는 꽁꽁 얼어붙고 중국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예약취소 줄사태가 일어났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방문객과 매출액은 50~80% 감소했다. 대형마트 매출액도 5~10% 줄었으며, 외식업계의 매출액도 15% 떨어졌다. 관광업계의 피해상황은 더욱 크다. 경주의 경우 예약 후 취소비율이 여행사가 83%, 호텔·숙박업소가 60%에 달했다.
지난 11일 한국경제연구소는 메르스 사태가 6월 말까지 종결되면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4조425억 원, 7월 말에 끝나면 9조3377억 원에 달하고, 석 달째인 8월 말까지 갈 경우 20조922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17일 메르스 여파로 수출 부진과 내수 둔화가 가속돼 올해 성장률이 3%에 못 미치는 2.8%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르스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최소 0.1%포인트로 추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인하한 직후 "경기 하방리스크가 커졌다. 4월 전망 수치보다는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성장률을 하향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월 한국경제가 상반기 2.7%(전년 동기 대비), 하반기 3.4%의 성장률을 나타내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상저하저'의 양상으로 흐르면서 '더블 딥'(경기 재침체)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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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한밤 기자회견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불러왔다./사진=연합뉴스 |
지나친 메르스 공포로 소비는 위축되고 관광객은 줄면서 내수시장이 직격탄을 맞자 투자 심리도 얼어 붙었다. 화장품·여행·백화점·레저 부분에서만 한 달 새 시총 6조 원이 증발했다.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메르스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저성장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예산안보다 지출액을 늘리는 세출추경 편성과 같은 강력한 경기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2013년 1분기 바닥을 치고 살아나던 경기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재정절벽으로 '소프트 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적 침체)에 빠진 후 올해 들어 수출 급감과 메르스 충격이 겹치면서 더블 딥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메르스 이후의 시장’ 보고서에서 “2013년 수준을 넘는 대규모 추경이 필요해 보인다"며 “세입 결손 추경 약 7조 원에 더해 세출 추경이 8조∼10조 원 편성된다면 내수경기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19일 이런 분위기를 반영 “충분한 수준의 경기 보강 방안을 신속하게 준비하겠다”며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를 회복 궤도로 복귀시키는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최근 상황을 엄중히 받아 들이고 거시정책과 수출, 투자 등 미시정책, 4대(공공·노동·금융·교육)구조 개혁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했다.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적 발언과 SNS 상의 괴담이나 유언비어에 빠져든 댓가는 혹독하다. 이제는 모든 공포를 떨쳐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신과 분열, 갈등의 골을 신뢰로 치유하고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암울한 미래를 치료해야 한다.
정부는 리더십을 회복하고 경제위기 타개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추경 등 발 빠른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경제위기 극복에 초당적 협력으로 국민의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메르스 한 달이 남긴 숙제를 풀기 위해 이제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