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지난 17일 9명의 사상자를 낸 총기난사범이 범행을 암시한 듯한 '선언문' 성격의 웹문서가 최근 발견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이 사건의 용의자 딜런 로프(21)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로디지아인'이라는 이름의 사이트가 발견됐다고 NBC뉴스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사이트명에 포함된 '로디지아'는 현재의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일부 지역에서 소수 백인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때 사용했던 이름으로 흑인 차별과 관련된 단어로 꼽힌다.

현재 접속이 차단된 이 사이트에는 흑인을 열등한 존재로 비난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조장하는 내용의 2500단어 분량의 글이 게재돼있었다.

   
▲ 미국 흑인교회에서 9명을 사살한 딜런 로프(21)가 심각한 백인 우월주의자로 확인됐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법무부 민권국, 연방수사국(FBI),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검찰은 이번 총격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수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YTN 방송화면

선언문에는 ‘트레이번 마틴 사건’(2012년 2월 미국 플로리다 주 민간방범조직원으로 일하던 조지 지머먼이 비무장 흑인 고교생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 살해한 사건)을 알게 된 이후 유사 범행을 도모하게 된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한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찰스턴은 내가 사는 주에서 가장 역사적인 도시이고 한때는 흑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였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범행 장소를 암시하는 구절이 발견됐다.

인종차별 성격의 범죄조직을 언급하며 "누군가는 그것을 진짜 세계에서 감행하는 용기를 가져야 하고 그것은 내가 돼야 한다"고 범행을 결심한 내용도 있었다.

이와 함께 성조기를 불태우거나 남부연합기와 총을 든 사진, 흑인 노예 밀랍 인형을 배경으로 하거나 과거 흑인 노예들이 일한 농장을 찾아 찍은 사진 등이 올라와 있었다.

남부연합기는 19세기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깃발로서 현대 미국에서 백인 우월주의 또는 흑인 차별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 2월9일 로프의 이름으로 등록된 이튿날 등록 정보가 의도적으로 차단됐으며 사건이 벌어진 17일 오후 4시44분 마지막으로 수정됐다.

로프의 한 친구는 "그의 사이트가 맞다. 그가 썼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찰스턴 경찰과 FBI는 이 사이트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며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의 진실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신자 9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21일 예배를 위해 교회를 다시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