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와 ‘쌍룡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실험용 경수로(ELWR)가 완성되는 등 활발한 활동이 포착됐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보여 4월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지 주목된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일 “영변 핵시설의 ELWR이 거의 완성돼 작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변 핵시설의 5㎿ 원자로는 2021년 7월부터 계속 가동하고 있고, 원자로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건물에서 새로운 건설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 냉각 시스템에서 물이 배출된 것도 포착했다. 38노스는 “지난달 3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실험용 경수로 펌프실로부터 75ｍ가량 떨어진 곳에서 구룡강으로 물이 방류된 것을 관찰했다”며 “원자로 내부에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방류가 실험용 경수로의 냉각장치 시험과 연관됐을 수 있으므로 실험용 경수로가 작동 준비에 들어갔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38노스는 관측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정보화 기술 상태를 시찰하고, 준비된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들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이미 4월에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 때 ‘전략무기 개발방향’인 ▲소형·경량화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이내 다양한 타격능력 확보를 제시하면서 ‘전략무기개발 5대 핵심과제’로 ▲극초음속미사일 ▲수중·지상 발사 고체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개발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4월은 ‘김일성 생일’을 비롯해 북한의 주요 정치일정도 몰려있어 이전부터 곧잘 북한의 군사도발이 예상되던 시기이다. 아울러 4월 말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어 북한이 이 시점을 기해 무력도발을 벌이고 극적 효과를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월 북한의 정치 일정을 살펴보면 11일 김 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1주년, 13일 김 위원장의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11주년,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 111주년,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1주년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25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귀국 시점에  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연이어 발사한 일도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연쇄 순방했으며, 북한이 한미일을 동시 겨냥해 ‘섞어 쏘기’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최근 연이틀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대해 경고하는 모습도 보였다. 향후 고강도 도발을 예고하는 ‘명분 쌓기’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핵무기 반입만 바라보고 있어 ‘핵 참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발표된 담화에서 “젤렌스키 당국이 이미 구멍이 숭숭 뚫린 미국의 핵우산 밑에 들어서야만 러시아의 강력한 불벼락을 피할 수 있다고 타산했다면 분명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일 노동신문에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싣고 한미훈련을 비난,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은 우리가 실제 핵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과 빈말을 모르는 군대의 특질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진짜 팔자에 없는 참변을 당하지 않으려면 숙고해야 할 것이며, 망동을 부리는 것 만큼 꼭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달 13~23일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 연합연습과 지난달 20일~이달 3일까지 쌍룡훈련을 실시했으며, 3~4일 한미일 대잠전훈련도 진행한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지난달 9일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주장하는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을 발사했으며,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과 19일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SRBM 1발에 이어 22일에도 순항미사일 4발, 27일 SRBM 2발을 쏘는 등 각종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또 지난달 21일 이후 무인 잠수함을 이용한 수중 핵폭발시험을 했다며 2차례의 핵어뢰 발사 사실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김 위원장이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신형 전술핵탄두로 추정되는 ‘화산-31’ 다수를 사진으로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