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제가 돌아가신 친정 엄마를 너무 그리워하니까 엄마가 고혜정 작가를 통해 이 작품을 주신 것 같아요. 제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작품이에요."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친정 엄마'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수미는 이같이 말했다. 

   
▲ 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친정 엄마' 프레스콜이 열렸다. 공연은 오는 6월 4일까지 볼 수 있다. /사진=수키컴퍼니 제공


이날 프레스콜에는 배우 김수미, 정경순, 김서라, 김고은(별), 현쥬니, 신서옥, 김형준, 김도현, 김혜민, 박지아, 최정화 그리고 작가 고혜정, 연출 김재성, 음악감독 허수현, 안무감독 김수한이 참석했다. 

2010년 초연 이후 올해 14년째를 맞은 뮤지컬 '친정 엄마'는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사랑 표현에 서툴기만 한 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김수미는 초연부터 14년간 이 작품의 '엄마' 역을 연기하고 있다. 그는 "공연을 해온 14년간 공연 기간에는 굉장히 차분해진다. 스스로도 깜짝 놀란다"며 "공연이 끝나야만 헤어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감정도 참 좋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고3 때 서울에 올라왔다. 학교를 다니던 중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대학 시험을 준비 중이라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슬픔보다 '빨리 다녀와서 시험을 잘 봐야지'라는 마음이 앞섰다. 지금도 가슴에 한이 있다"면서 "작품에서 엄마를 부르고, 엄마를 만나는 엔딩 신이 있다. 그 신에서는 아무리 감정을 빼도 '엄마'라고 부를 때마다 울게 된다"고 말했다. 

   
▲ 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친정 엄마' 프레스콜이 열렸다. 공연은 오는 6월 4일까지 볼 수 있다. /사진=수키컴퍼니 제공


같은 역을 맡은 배우 정경순, 김서라는 '친정 엄마'에 처음 합류하게 됐다. 

정경순은 "고혜정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런 이야기가 진부하다', '모녀 얘기가 다 그렇다' 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면서 "연기를 할 때 그 사람의 심정을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김서라는 6년 전 이 작품을 관객으로 처음 만났다. 그는 "그때 김수미 선생님 연세가 될 때쯤 저런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섭외를 받고나서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엄마가 7년 전에 돌아가셨다. 마지막에 해주신 생일상이 정말 맛있었는데 촬영이 바빠 바쁘게 나왔다"며 "작품을 하면서 그때가 많이 생각난다"고 전했다. 

   
▲ 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친정 엄마' 프레스콜이 열렸다. 공연은 오는 6월 4일까지 볼 수 있다. /사진=수키컴퍼니 제공


딸·미영 역은 배우 김고은(별), 현쥬니, 신서옥이 맡았다. 1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다시 오른 김고은은 "두려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씩씩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 하하에 대해 "남편은 많이 떨리는 것 같다. 아직 첫 공연도 안 봤다"면서도 "내가 즐거워보인다더라. 응원을 많이 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배우 김형준과 김도현, 김시강은 미영을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자신의 엄마에게 쩔쩔매는 사위·남편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김형준은 "2005년 가수 데뷔 후 2012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이나믹하고 활기찬 뮤지컬은 몇 번 해봤다. 그러다 올해 초에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났다"면서 "사위이자 남편은 어떻게 보면 찌질하다. 대본을 처음 받고 '이건 나인가?' 생각했다. 작가님이 나를 보고 쓰셨나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고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친정 엄마' 프레스콜이 열렸다. 공연은 오는 6월 4일까지 볼 수 있다. /사진=수키컴퍼니 제공


이 작품의 악역은 시어머니다. 이날 무대에서도 시어머니는 친정 엄마의 애틋하고 처연한 모습과 대비되는 연기로 현장을 압도했다. 

이날 참석한 배우 최정화, 한세라는 '악역'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것을 자신했다.

최정화는 "(실제로도) 온순한 편은 아니"라면서 "손가락질 받는 배우라는 게 쾌감이 들더라. 얼마 전 공연 중에 객석에서 스무 명 정도의 관객이 제 연기에 질색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세라 역시 "저는 나중에도 친정 엄마 역을 맡고 싶지 않다. 객석에서 욕을 하실 때마다 즐겁다"며 "사람들은 악역이라 하지만 저 역시 아들의 엄마다. 아들이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제 아들을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 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친정 엄마' 프레스콜이 열렸다. 공연은 오는 6월 4일까지 볼 수 있다. /사진=수키컴퍼니 제공

뮤지컬 '친정 엄마'는 지난 14년간 320회 공연, 누적 관객수 40만 명을 돌파한 K-힐링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올해는 1200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한층 확장된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에 처음 합류한 김재성 연출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전체적인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전 세대가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1막에서 많은 사건이 벌어진다. 그래서 분량이 길다. 재미있고 화려한 신이 많다"고 설명했다. 

'친정 엄마'는 여타 작품과 다르게 댄스, 발라드,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넘버를 구성했다. 무대도, 안무도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

허수현 음악감독은 "관객들이 잘 아는 노래로 넘버를 구성했다"며 "지금까지 메인송이 없어 아쉬웠다. 이번에는 메인 테마를 만들겠다는 다짐 하에 임했다. 작가님이 멋진 가사를 만들어주셨고, 감독님이 허락해주셨다. 새로운 곡을 하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고 말했다. 

   
▲ 4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친정 엄마' 프레스콜이 열렸다. 공연은 오는 6월 4일까지 볼 수 있다. /사진=수키컴퍼니 제공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대한민국의 딸,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주변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에 관객은 숨죽이며 보게 된다. 

고혜정 작가는 "제 자전적인 이야기다. 시골에서 한글도 모르는 어머니가 조금 튀는 딸을 키우면서 애를 많이 쓰셨다. 철 몰랐던 저는 그런 엄마가 싫었고, 속도 썩였다. '엄마처럼 안 살 거야', '왜 낳았어' 이런 말을 많이 했다"며 "결혼하고 딸을 낳아보니 엄마한테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엄마한테 '미안해, 내가 잘할게' 그런 살가움을 갖지 못한 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기처럼 쓴 것이 책이 됐고, 그게 뮤지컬이 됐다"며 "14년 전에 이 작품을 처음 올릴 땐 불안했다. 남의 엄마와 딸 얘기를 누가 그렇게 좋아해줄까 생각했다"며 "하지만 14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친정엄마가 저를 낳았고, 키웠고 그걸 제가 글로 썼다. 그 글을 14년 동안 연기해주신 김수미 선생님이 있고 계속 새로운 배우와 연출 감독, 스태프들이 와서 키워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벌거벗은 아이를 낳았을 뿐이다. 14년 동안 연기해주고 작품 다듬어주고 사랑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끝으로 김수미는 "공연 전에 화이팅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오늘 오신 관객분들은 살아내느라 힘들고, 지친 분들이 많다. 이분들 마음에 영양제이자 진통제를 놔드리는 우리는 간호사다'고 말한다"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 적도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을 통해 가족간의 불화가 없어지고, (자녀들은) 효녀·효자가 될 수 있길 바란다. 부모님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런 공연이 되길 바란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인네가 애쓰고 있다"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뮤지컬 '친정 엄마'는 오는 6월 4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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