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하락에 가산금리 경쟁 영향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예금금리 하단이 모두 3%대로 떨어졌다.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진 데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경쟁력으로 인하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하단이 3%대에 진입함에 따라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 제공.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5%대를 넘어섰던 은행의 예금금리는 현재 연 3%대로 떨어졌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금리는 연 3.40~3.80% 수준이다.

대출금리 역시 하단이 3%대로 떨어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5.85%로 시중은행의 고정형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대출금리가 하락한 것은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4.564%였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4일 3.903%까지 낮아졌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외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 하락세가 빨라졌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한 영향도 한몫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겨냥해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며 취약차주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 노력해 줄 것을 거듭 압박하면서 은행권이 이에 화답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내리는 등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낮췄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가계대출 인하 방침을 잇따라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도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만나 "더 많은 국민들이 체감하려면 지속적인 금리인하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장금리 상승 같은 원가상승요인이 있지만, 이런 요인은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최대한 흡수, 대출자에 전가되는 금리인상이 최소화되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인하되면서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여전히 4%대를 유지하면서 일반 시중은행 하단 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금리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일반형 금리는 연 4.15∼4.45%, 우대형은 연 4.05∼4.35%다. 우대형의 경우 사회적 배려층·저소득청년·신혼가구·미분양주택 등의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0.8%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돼 연 3.25~3.55%의 최저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달 30일 금리조정심의회를 열고 특례보금자리론의 4월 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향후 자금 조달시장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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