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 김기현 신임 지도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4.5재보궐 선거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김 대표의 정치적 텃밭인 동시의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울산 교육감·기초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참패한 것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재보궐 선거 결과에 당 내부에서는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과 함께 "신임 지도부가 패배 원인과 함께 1년 앞으로 다가올 총선을 위한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61.94%(15만3140표)를 얻어 당선됐다. 보수 성향의 김주홍 후보는 득표율 38.05%(9만4075표)로 낙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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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4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 4.3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국민의힘은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울산 남구 나선거구 구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50.6%(6450표)로, 당선됐고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는49.39%(6297표)를 얻어 고배를 마셨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민주노총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장 출신의 노동운동가인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득표율 39.07%(1만7382표)로 당선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충북 청주 기초의원선거에서 승리한 점을 강조하며 위기론을 애써 넘기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청주에서는 이겼다"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김기현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울산 민심 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기현 지도부가)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 (울산 참패는)김기현 대표 책임이 더 크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총선까지 이어져서는 큰일 난다. 앞으로 한 두 달이 김기현 체제의 중요한 고비가 될 거라고 본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기초의원은 남구라고 하는 구의 기초의원이지만 그 안에 있는 후보는 갑을 없이 왔다 갔다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거의 같다고 봐야한다"라며 "갑을 상관 없이 적극 도와야 하는데, 그런 점을 좀 간과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당대표 호가 출발했다. 지금부터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김기현 호의 운명도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라며 "(친윤이라고 하는)일사분란한 체제를 갖췄으니 이 체제를 가지고 국민들과 중도층 또는 MZ세대를 향해 어떤 메시지와 어떤 정책을 가지고 가느냐, 특히 중도층을 어떻게 파고 드느냐는 어려운 길 앞에 놓여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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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4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김재원 최고위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장성철 공손센터 소장도 이날 "김기현 대표는 뼈아픈 결과다. 자기의 근거지인 울산에서 교육감 선거도 졌으니 자칫 잘못하면 리더십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며 "더 큰 문제는 울산에서는 졌지만 중원에서는 이겼다고 했는데, 이런 인식을 가지고는 내년 총선을 위한 제대로된 승리 전략 나올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서울로 치면 강남이라고 할 수 있는 울산의 가장 좋은 지역에서 졌는데, 왜 졌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작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을)전폭적으로 밀어 줬던 민심들이 왜 이렇게 1년도 안돼서 바뀌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도 그러면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라며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강남의 좋은 텃밭도 안심할 수 없다는 하나의 징조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