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32주년 기념학술회의 전직 선임연구위원들 “실용외교·대북관여 촉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가 연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 중인 ‘신통일미래구상’과 관련해 정치권의 분열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하지 말고, 국민의 남남갈등도 해소해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통일연구원(고유환 원장)이 7일 개최한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기념학술회의에서 전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들은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자기 진영의 정치논리에만 함몰돼 대북정책을 추구하는 바람에 실패를 거듭했다”는 지적에 입을 모았다.

김병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국력으로 국제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서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하든지 압박을 하든지 다양한 관여 정책을 펼 수 있는데도 정권마다 진영논리에만 함몰돼 한쪽 방향의 정책만 펼쳐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문제를 풀기 위한 외교정책에서도 과거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미중 사이에서 실용적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학성 충남대학교 교수는 “대북 관여 정책은 비자유주의 국가를 변화시키는 문제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추구해야 한다"며 "김대중정부 때 햇볕정책도 정권을 이어서 병행해 추진했다면 지금 어떤 결실을 거뒀을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진영간 대결구도 때문에 ‘퍼주기 정책’으로 매도했고, 결실을 볼 수 없게 됐다"며 "이런 남남갈등 극복부터 해야 어떤 정책이든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비전과 전략’ 주제의 통일연구원 개원 32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2023.4.7./사진=통일연구원 제공

그는 “독일은 통일 이후 30년간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갈등을 겪었으나 비교적 빨리 극복했다고 평가된다"며 "이런 배경에 서독이 40여년 이상 갈고닦은 민주주의 문화가 잘 정착됐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정의에 대한 인식, 정치권의 조화와 협치 등 내부 역량부터 키우는 것에서 통일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철 대전대학교 객원교수도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우리가 북한에 완전한 관여를 하지 못하니까 일명 ‘찻잔 속’에서 국내적 목적을 위해 진영논리만 반복하는 악순환을 밟아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보수와 진보 정권이 펼쳐온 대북정책의 결과를 볼 때 어느 한쪽도 실현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유환 원장은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한국전쟁 때 형성된 주변국가와의 적대 관계를 일부는 해소하고 일부는 해소하지 못해서 생긴 것인데, 한때 한반도 문제를 풀기에 좋은 주변 정세를 만난 적도 있지만 그 흐름을 잘 이용하지 못했다가 또다시 신냉전 시대에 들어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남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과 적대관계를 풀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을 문제인 것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회피했던 부분들을 정면으로 다룰 의지와 용기가 없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시대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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