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지난주 '나는 솔로' 13기가 마무리됐지만 이들의 이야기로 여전히 시끌시끌하다. '개성파 특집'답게 남다른 화제성을 자랑하며 역대 최다 커플인 다섯 쌍을 탄생시켰지만, 카메라 밖 논란으로 잡음이 많았던 13기.
이번 기수 방송에서 제작진은 출연자 보호에 애쓰며 미디어 윤리의 선한 얼굴을 보여줬다. 출연자 광수도 이를 우직하게 도왔다. 장장 8주에 걸친 13기 방송의 타임라인을 짚어보며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싶다.
▲ 영수 사생활 의혹→순자 고백… 제작진·광수가 보여준 배려와 뚝심
13기에 홍역을 안긴 최초의 논란은 첫 방송 후 불거진 출연자 영수의 사생활 의혹이었다. 한 여성 네티즌이 "영수와 교제 당시 성병에 감염됐고, 영수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방관했으며 그 후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했다"고 주장한 것.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이내 영수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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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자 영수. /사진=SBS PLUS·ENA '나는 솔로' |
늘 출연자 검증 한계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나는 솔로'는 단순 의혹도 방송에 큰 악재로 작용한다. 이에 의혹이 현재진행형일 경우 출연자 분량 칼질이라는 쉬운 길이 있지만, 제작진은 그러지 않았다. '나는 솔로'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영수의 입장문을 전하며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한 출연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방송하겠다"고 방송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 건으로 인해 다른 출연자 및 제작진분들께 피해 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영수의 호소를 고려한 결정이기도 했다. 13기 방송 내내 이 논란은 출연자를 쫓아다녔지만, 제작진은 도리어 정면 돌파를 통해 출연자를 보호하고 존중했다.
초반부터 큰 봉우리를 넘은 방송은 2,3회에 걸친 광수의 활약으로 판도가 뒤바뀌었다. 자발적으로 코딩 세미나를 열 정도로 열정적인 개발자의 면모, 비범한 재능과 진중한 가치관, 관계 형성에 적극적인 그의 모습이 시청자들을 단숨에 끌어당긴 것이다. 광수와 첫 데이트 상대였던 순자 역시 상대를 배려하는 언행과 높은 포용력으로 보는 이들을 연신 미소 짓게 했다. 그렇게 시청자들은 광수·순자에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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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자 광수와 순자. /사진=SBS PLUS·ENA '나는 솔로' |
그런데 폭발적인 반응에도 광수·순자의 분량이 '급'실종됐다. 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제작진은 묵묵부답. 무려 5주간이나 두 사람의 모습이 통편집됐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굳건히 성사된 러브라인이니 제작진이 포커스를 거뒀다는 예상 정도만 무성했다.
13기 방송이 모두 마무리된 지금에서야 통편집 이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광수 그는 누구인가 특집'이라고 표현할 만큼 광수 위주의 서사를 예고했던 제작진이 급하게 방향을 선회한 이유. 지난 6일 순자가 SNS를 통해 과거 혼인 이력을 숨기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실을 고백한 것이다. 순자는 "이전에 제작진분들께서 공개적인 사죄의 기회를 주셨지만 제 이기심으로 모두 놓쳤다. 그동안 통편집의 사유를 모르는 척해왔다"며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출연자 보호를 위해 이러한 사정을 함구해온 제작진의 배려가 빛난 대목이었다. 큰 상처를 받았을 짝 광수 역시 묵묵히, 그리고 끝까지 일언반구 보태지 않고 순자를 보호했다. 계획했던 그림과 재미를 모두 포기했지만, 그 누구도 순자를 나무라지 않았고 생색내지 않았다.
▲ 일반인 출연 데이팅 프로그램, 과몰입 'YES' 혐오 'NO'
영수, 순자 등의 사례처럼 전문 방송인이 아님에도 '나는 솔로' 출연자들은 인격권 침해와 편견, 혐오 등에 시달리고 있다. 출연자의 시시콜콜한 농담이나 솔직한 표정까지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오르곤 하니 '나는 솔로' 출연은 생각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SNS의 발달로 어떤 시대보다 타인을 헐뜯기 좋은 세상이 됐고, 출연자들은 연애 가능성을 담보로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순자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러한 파장이 무섭고 두려웠을 테다. 사람은 감정에 휩쓸리곤 한다. 자신의 역린에 매몰되면 다른 문제를 헤아릴 여유가 없다. 배우자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지만 그 과거에서 회피하고 싶었을 수 있고, 참가 신청 당시 이를 안일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순자의 행동에 비판점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순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상처가 있고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는 솔로'에 필요한 건 출연자들의 인격적 성숙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넓은 아량이다.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반대로 완벽한 빌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분법적인 선악의 구분은 현실의 다양성을 단순화하며, 사람의 이해라는 본질을 철저히 흐리게 만든다. 출연자에 대한 시시비비의 잣대를 거두는 한편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좋은 콘텐츠를 보존하고 이어가게 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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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PLUS·ENA '나는 솔로' |
▲ 3년 차 접어든 '나는 솔로', 방송 환경 개선 필요성도
이번 기수에서 불거진 홍역은 도리어 '나는 솔로'의 진정성을 알게 했다. 제작진이 결코 출연자를 소비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 출연자 또한 짝을 찾는 과정에서 자아를 마주하고, 방송 안팎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숙의 길로 향한다는 것. 이렇게나 사람은 아름답다는 것.
물론 방송 환경 개선은 제작진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하루 4~5시간의 수면으로 녹화를 이어간다는 출연자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피로는 가장 큰 불안 요소로 꼽힌다. 평소와 다른 컨디션으로 인해 실언을 하기도 하고, 스트레스 상황 속 애정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출연자들의 부담감이 커 보인다.
2021년 7월 방영을 시작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나는 솔로'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에 출연자들의 울타리가 되어줬던 것처럼, 더 나은 환경으로 더 많은 이들의 표정을 담아줬으면 한다. 시청자들도 섣불리 날을 세우는 대신 따스한 관망으로 솔로나라를 지켜주길 바라본다.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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