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매각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롯데카드 인수 후보자로 꼽히던 금융지주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통매각 대신 분리매각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로카모빌리티에 이어 베트남법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도 매각 대상으로 남아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은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의 지분 100%를 인수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는 이번주 중으로 맥쿼리자산운용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롯데카드 지분의 59.83%를 보유하고 있다.

   
▲ 서울 광화문 롯데카드 본사 전경./사진=롯데카드

로카모빌리티는 선불 교통카드·단말기 사업자로 현재 ‘캐시비’ 교통카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교통카드는 이비카드·마이비 등 교통카드를 통합한 브랜드로 현재 37%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22억원의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다.

이번 SPA에서 맥쿼리자산운용은 약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로카모빌리티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자금은 맥쿼리자산운용이 현재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 등으로 인수금과 인수금융 등으로 로카모빌리티의 인수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롯데지주는 2019년 5월 롯데카드 지분 79.83%를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에 1조3811억원에 처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롯데카드 보유 지분과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MBK파트너스가 시장에 제시한 금액은 인수 당시 가격의 2배를 웃도는 3조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당시 롯데카드를 인수할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우리금융그룹과 BC카드의 모회사인 KT 등이 불참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사모펀드 3~4곳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본입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시장포화, 가맹점수수료 인하,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신용카드업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데다 3조원이라는 높은 매각가와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용카드업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토스와 카카오뱅크도 기존 카드사 인수가 아닌 직접 라이선스 취득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는 현재 매각 대상으로 남아있는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의 매각이 성사된다면 롯데카드의 매각은 2조원 초반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롯데카드가 2017년 베트남 현지 금융사 ‘테크콤파이낸스’를 인수해 설립한 해외법인이다.

매각가가 2조원대로 낮아진다면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카드 수익성은 현재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80억원으로 전년(2258억원) 대비 23.1%(522억원) 급증했다.

또 현재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9% 수준으로 업계 5위권이다. 상위권 카드사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단박에 업계 1위로, 하위권 카드사가 매수 시 최소 업계 3위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