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4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0% 수준에서 동결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떨어지며 둔화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추가 금리 인상으로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향후 물가 경로와 경기상황 등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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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한은은 11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하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요인은 국내 물가상승률 둔화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8월 5.7%, 9월 5.6%, 10월 5.7%, 11월 5.0%, 12월 5.0%, 올해 1월 5.2%로 5%대 물가를 이어오다 2월 4.8%로 4%대 물가로 떨어졌다.
김웅 부총재보는 지난 4일 회의에서 "2월 전망 당시 예상한 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폭 낮아졌다"며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큰 폭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예상 경로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기 하강 우려도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더했다. 지난 2월 경상수지는 흑자 전환에 실패하며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한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1월(42억1000만달러)에 이어 2월에도 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물가 상황이 점차 안정되고 수출과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짙어지면서 한은이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끝난 것이 아닌 점을 감안했을 때 추가 상승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연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0~4.75%에서 4.75~5.00%로 인상했다. 이에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벌어졌다. 연준은 5월에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는데, 이 경우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의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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