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며칠 사이 터진 '미국 도·감청' 기밀문건 유출 파문이 끝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더라도 두드러지는 외교적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런 종류의 문서가 공공 영역에 있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사실상 기밀문건 일부분의 유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유출된 문건의 진위 여부는 불확실하다. 진위 여부가 불확실하기에 문건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크리스 미거 미국 국방장관 보좌관은 이날 "문서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작전이나 다른 정보사항 갱신을 정부 고위급 인사에게 제공할 때 사용하는 양식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존 커비 백악관 조정관 또한 "문건 일부가 조작됐다는 것을 안다"며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비롯해 모든 문건이 유효한 것인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 미국 출국길에 기자들을 만나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서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며 "오늘 아침에 양국 국방장관이 통화를 했고 양국 견해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아직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고, 기본적으로 정보 사항이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하기 어렵다"며 "문건들이 한국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있다면 그건 맞는건지, 과장내지는 조작될 가능성이 있는지, 팩트를 확실히 한 다음 후속조치를 평가하는게 순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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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면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실제로 11일(현지시간) 기존 유출됐다고 알려진 100여쪽의 문건 외에 추가 문건이 공개되었는데, 뉴욕타임즈(NYT)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새로 유출된 문건의 내용은 '현 추세로 방공망을 가동하면 5월 중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제공권이 약해져 러시아 공군이 우크라이나 영공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측 분석이다.
미 국방부는 이 보도에 대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방공망 문제를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해왔고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한국 정부가 처한 문제는, 이러한 미국측 도·감청 파문에 대해 한미 양측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상황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다.
특히 이러한 상황 때문에 2주 뒤 윤 대통령이 미 워싱턴 D.C.를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굳건한 장면을 연출하고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 임하더라도, 그 이면에서 국빈 방문의 실효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못 믿는 일각의 '불신'을 잠재우기 어렵다.
일단 대통령실과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굳건하다.
커비 조정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온라인에 게시된 일부 사례에서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이 이와 관련해 보도하는데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도감청 파문과 외교 행보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또한 "미국은 한국과 여러가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국무장관, 퍼스트레이디는 한국 카운터파트와 파트너들을 국빈 방문에서 맞이할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효 차장 또한 11일 출국길에 "이번 일을 계기로 양국이 신뢰를 더 굳건히 하고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양국 정상이 작년 5월 발표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발전해 나갈지 같이 고민해왔고,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더 액션행동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어떻게 각 분야에서 협력할지 성과가 만들어지도록 마무리 하겠다"고 자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도감청 문제가 있었다면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그것보다 다른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큰 틀의 한미동맹의 신뢰관계는 굳건하고, 그 틀 안에서 도감청 문제도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국빈방문은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해를 맞아 이뤄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상으로 2011년 이후 12년 만이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두번째로 미국을 방문하는 국빈이다.
앞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 방미 사례는 총 6회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도감청 파문을 딛고 국빈 방문을 통해 철통같은 한미동맹의 의지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