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 한은 연내 75bp 금리인하 예상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관련해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긴축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쏠리는 모양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대하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월에 이어 4월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한 것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이후 처음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해 온 한은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선 사실상 긴축기조가 종료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떨어진 데다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진데 따른 결과다. 소비자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를 인상해 경기를 위축시키기보다는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 향후 물가 경로와 경기 상황 등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해석된다.

2월 기준금리 동결 이후 시장에선 '한은의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기대감과 함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상반기에는 물가안정에 대한 확신이 어느 정도 있지만,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많아 확신할 수 없다"면서 "물가가 충분히 중장기 목표(2%)로 수렴된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 금리 인하를 언급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동행기자단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시장은 마치 연말 전 금리를 인하할 것처럼 보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고 (지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고를 줬다"며 "하반기에 물가가 3%까지 갈지 불확실한데 금리를 낮추려면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증거가 있어야 하니 아직은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종금리 수준과 관련해 연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기준금리를 연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물가 둔화세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과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으로 하반기 물가에 미치는 불확실이 큰 상황이다. 여기다 연준의 긴축기조가 종료된 것이 아닌 점을 고려했을 때 추가 인상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이유에서다.

한은이 과도한 시장 반응을 경계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일축해 왔으나, 시장의 반응은 '동상이몽'이다. 노무라증권이 지난 12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 한국의 경기 침체 상황이 본격화될 것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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