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보험사들의 운전자보험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한도를 최대 1억원까지 올리는 등 경쟁을 벌여왔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형사합의금, 변호사선임비용, 벌금 등을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다. 이 중 변호사선임비용은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어 피해자를 다치게 해 경찰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되거나 재판이 청구된 경우 또는 구속이 된 경우에 변호사를 선임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운전자보험의 핵심 보장이다.

   
▲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모습./사진=연합뉴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이날부터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상한액을 5000만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한화손해보험은 변호사선임비 특약 한도를 7000만원까지 늘린지 일주일 만에 보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감독행정작용으로 운전자보험 형사합의금과 변호사선임비용에 대해 지적한 데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변호사 선임비용 형사합의금 특약과 관련해 “과거 지급된 최고 보험금 수준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등 실제 발생 가능성이 없는 수준으로 보험가입금액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보험료를 수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보장하는 위험의 발생 가능성 등에 부합하는 보험가입금액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했다.

과거 지급된 보험금이 최고 3000만원에 불과한데도 일부 보험사들은 변호사선임비용 특약의 보험가입금액을 5000만~7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추가 증액해 판매해왔다.

DB손해보험이 지난해 10월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보장 시점을 검찰 기소 전 경찰 조사 단계로 앞당긴 상품을 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상품은 당시 3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특약 출시 이후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급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39만6000건이었던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같은 해 11월 4개월 만에 60만3000건으로 빠르게 늘었다.

이에 DB손보의 배타적사용권 기한이 종료된 지난 1월 다른 손보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으며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은 한도를 1억원까지로 상향했으며 롯데손해보험 등 중소형사들도 5000만원이 넘는 한도를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처럼 손보사들이 운전자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운전자보험은 시장잠재력이 크고 손해율도 낮기 때문이다.

운전자보험은 손해율이 50~6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보험사의 장기상품 중 흔치 않게 이익을 내고 있는 효자상품이다. 특히 2020년 3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사고 리스크를 덜기 위한 운전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또 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와 비교해 운전자보험 시장 규모는 900억원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험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호사선임비용 특약 한도는 5000만원으로 낮췄으나 신규 특약 개발, 보험료 페이백 등을 통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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