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 총수 총 출동…체류 중 한미경제협력 논의
공식·비공식 채널 통해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보조금 조건 완화 노력 기대
[미디어펜=조성준·조우현 기자]재계 4대 그룹(삼성전자·SK·현대차그룹·LG) 총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전기차 및 배터리 보조금과 관련된 조건이 완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30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윤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재계 유력 그룹 총수가 대부분 포함된 122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이번 경제사절단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만큼 방미 기간 중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윤 대통령을 지원하고, 기업·기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다양한 협력을 끌어낼 전망이다.

경제사절단이 직접 미국을 찾는 만큼 미국 현지 정세를 파악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긴밀한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이 규정한 반도체 보조금 조건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및 배터리 보조금 요건이 한국 측에 유리한 쪽으로 완화될 수 있도록 협력을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하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미국의 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반도체 및 전기차·배터리 분야 협력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왼쪽 위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각 사 제공

◇ 이재용·최태원, '반도체 보조금 조건 완화' 숙제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조건 완화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5년 간 총 527억 달러(약 69조5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미국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경우 기밀 정보 제공과 함께 초과이익 환수, 중국 투자 제한 가드레일 조항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재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조건을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하며, 국내 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반영되도록 협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요건의 경우 반도체 생산시설에 국방부 등 국가안보기관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어서, 기술 및 영업 비밀의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초과이익 공유도 기업 본연의 목표인 이윤 추구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이 언급됐을 때 ‘사회주의 정책’이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요건 역시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쉽사리 응할 수 없는 조건이다.

10년 간 우려 대상국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지 못하는 규정도 민감한 영역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해당 조항은, 국내 기업이 보유한 기존 중국 공장의 생산성 및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아직 지역은 정하지 않았지만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에 1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SK하이닉스의 셈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아직 두 기업의 반도체법 지원금 신청 의향서(SOI) 제출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사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밀 자료 제출 범위를 최소화하고, 가드레일 조항을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 지난 1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CEO와의 오찬'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정의선·구광모, IRA 최적 적용법 찾는다

전기차·배터리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방미 기간 중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최대한 한국산 제품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현대차는 IRA 규정에 따라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빠진 데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의 제조사를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포드 및 스텔란티스(지프·크라이슬러) 등 자국 기업 4곳으로 한정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원이 제한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상업용 리스 및 렌트 차량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당초 추진하려던 IRA 보조금 대상에 빠지면서 북미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북미권에 공장을 짓는 업체에 한해서는 보조금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독일 폭스바겐은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당초 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캐나다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짓기로 하면서 IRA 요건을 충족시켰다. 불과 사흘 만에 일어난 일이어서 미국 정부 의중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예정인 전기차 전용 공장 조기 건설을 서두르는 조건으로 미국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우선 배터리 분야가 IRA 보조금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만큼 향후 배터리 부품 및 핵심광물 조달 이슈에 대한 논의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IRA가 해외 우려 단체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배터리 소재 탈중국을 단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 코발트 등이 중국산 의존도가 높고, 미국이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해외 우려 단체 범위에 중국 업체가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미 당국의 의중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경제사절단은 전경련과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을 비롯해 ‘백악관 환영 행사’,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에 참여해 한미경제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공식 행사와 비공식 만남을 통해 반도체법·IRA가 한국 기업에 보다 나은 조건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법은 물론이고 IRA도 양국이 함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반도체법과 IRA에서 요건 완화 요구를 포함한 세부규정 합리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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