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블러(Big Blur) 시대, 은산분리 고집해야 하나?' 포럼 개최
"소비자 편익 제고 등 위해서는 진화하는 금융서비스 필요"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은 시대의 흐름이자 전향적으로 모색할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더 경쟁력 있고 진화하는 금융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민 교수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빅블러(Big Blur)’ 시대 은산분리 고집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은산분리, 새 시대의 존재 근거 재고’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민 교수는 “은행과 비금융회사가 한 지붕 아래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은산분리는 더 넓은 의미의 금산분리와 함께 한국에서 원칙으로 지켜져 왔으나 현 금융위원장의 취임 일성이 금산분리 완화였을 만큼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며 “최근 몇 년 은행이 알뜰폰 및 배달앱 사업에 진출하면서 은행의 비금융산업 진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운을 뗐다.

   
▲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같은해 12월16일에 첫선을 보인 KB국민은행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엠’은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7만명을 돌파했으며 4년째에 접어든 현재 41만5000명(점유율 약 5.6%)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는 2020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지난해 1월 본격적으로 출시된 후 같은해 12월 2년 연장이 결정됐다. ‘땡겨요’의 이용자수는 지난해 9월 109만명을 넘겼으며 11월 누적 가입자수 140만명을 돌파했다.

민 교수는 “은행들이 이 같은 부수업무에 진출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기 위함”이라며 “금융거래가 신용기관들에 모여서 신용점수가 매겨지게 되는데 은행들이 다른 영역의 데이터를 가지고 더 좋은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현재는 신용업력을 잘 쌓은 고객들만이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사소한 정보들까지 활용해서 청년층 등 금융소외계층도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종 제한적인 규정들로 은행들이 근본적인 은산분리가 아닌 부수업무를 확대하는 형태로 이 같은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당시 자회사 간 데이터 공유가 허용됐으나 2014년 세 신용카드사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고 신용카드사의 계열 은행 개인정보 유출도 드러나며 법이 개정되면서 금융지주회사 내 자회사 간 데이터 공유의 제약이 생기게 됐다. 공정거래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금산분리 규제로 금융지주회사 내 비금융회사를 보유하는 것도 어렵다.

또 금융지주회사 안에는 금융회사만, 일반지주회사 안에는 비융금회사만 있어야 한다.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을 5% 미만 보유해야 하며, 공정거래법 제25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은행소유도 제한된다. 비금융주력자의 계열사가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또 은행 및 보험사는 금융위 승인 하에 금융업 내 자회사 보유가 가능하며 은행 및 보험사는 금융위 신고 하에 부수업무 운영이 가능하다.

민 교수는 “금융위가 완화하겠다는 금산분리는 주로 은산분리로 은행의 부수업무, 자회사 범위 확대”라며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의 경쟁이 부각되면서 금산분리가 경쟁법 이슈(평평한 운동장 조성)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금융업법의 제한적인 규정들이 전통적 금융회사의 발목을 잡는 반면, 금융혁신법, 인터넷전문은행법 등을 통해 빅테크, 핀테크의 금융업 침투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우선적으로 은행 등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넓혀준다는 접근으로 이는 근본적인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해진 기술 환경 및 소비자 인식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은행의 건전성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은행 건전성에 잠재적 위험이 될 비금융사업 영위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나 더 경쟁력 있고 진화하는 금융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는 데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은 시대의 흐름이자 전향적으로 모색할 방향”이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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