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블러(Big Blur) 시대, 은산분리 고집해야 하나?' 포럼 개최
"금융시스템 안정 해결과제…반기업 정서·감독기관 개편 선행돼야"
   
▲ 주진열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빅 블러(Big Blur)’ 시대, 은산분리 고집해야 하나?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글로벌 IT기업인 애플이 연 4.15%의 예금이자를 제공하는 '애플 카드 저축계좌'를 출시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이 가능한 덕분인데,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가 족쇄처럼 작용하는 한국시장에서는 요원하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정치적 논리와 반(反) 대기업 정서가 만연한 까닭인데,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상황에 맞서 시스템 붕괴 예방 및 지속가능한 차원에서 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진열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빅 블러(Big Blur) 시대 은산분리 고집해야 하나?' 포럼에서 "미국에서는 레거시(전통) 은행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금융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소비자로선 금융비용이 적은 핀테크 진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빅테크·핀테크를 주축으로 하는 금융업 진출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애플은 연 4.15%의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계좌를 출시해 미국과 전 세계 금융권에 이목을 끌었다.

주 교수는 "애플이 연 4.15% 이자를 주는 저축계좌를 출시했는데, 소비자에게 은행·비은행 구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며 "미국 정부가 (애플·구글·아마존 등 빅테크를) 서포트해주면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개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금산분리가 대기업 등 산업자본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중소기업도 규제 완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평가다. 

역사적으로도 '정치적 민주화' 달성에 앞서 '금융의 민주화'가 선행된 만큼, 산업계의 금융업 진출로 사회적 후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17세기부터 서양이 아시아보다 앞섰던 이유 중 하나가 '금융 민주화'이다"라며 "동양에서는 전제군주·황제가 개인 재산을 축적하며 부자가 된 반면, 서양에서는 평민들의 작은 돈이 모여 투자금이 되고 주식회사로 들어가 모험적 혁신 비즈니스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평민들이 귀족만큼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정치권력도 덤으로 얻게 돼, 궁극적으로 금융 민주화가 '정치적 민주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금산분리 완화가 대기업만 혜택을 누리고 중소기업은 소외되는 식의 사고방식은 잘못됐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시스템 안정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주 교수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반(反) 대기업 정서와 감독기관의 개편을 주문했다. 

주 교수는 "21세기 한국 공정거래법에 19세기 대기업집단의 반 기업 정서가 반영돼 있는데, 혁신에 장애가 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금산융합은 경제력집중이 아닌 금융시스템안정 및 금융 민주화 문제이므로, 소관을 공정위에서 금융위로 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사회 시스템 붕괴 예방과 지속가능한 차원에서 변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개혁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